나사풀린 외교부, 끊이지않는 ‘국가 망신’… 거세진 강경화 책임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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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회담장에 구겨진 태극기


“지금까지 이런 외교부를 본 적이 없다.”

“임계점을 넘었다. 강경화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외교부가 잇따른 외교 결례에 이어 4일 구겨진 태극기를 놓고 스페인과의 외교 행사를 치른 게 드러나면서 외교가는 물론 정부여당 내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한두 번도 아니고 국가 의전의 최고 전문가 집단이어야 할 외교부가 아마추어 수준의 결례를 반복하면서 조직 기강이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가 된 4일 행사는 한국과 스페인의 첫 전략대화. 내년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한-스페인 정책협의회를 격상하기로 합의한 지 3년 만에 열린 뜻깊은 자리였다. 통상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고위급대화 전 수석대표가 악수를 나누며 기념사진을 촬영하지만 태극기가 구겨진 만큼 조현 외교부 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은 외교부 마크를 중심에 두고 악수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외교부의 어처구니없는 실책은 최근 들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때는 외교부가 영문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26년 전 국가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했다가 뒤늦게 지웠다. 2017년 8월 한-파나마 외교장관 회담에선 파나마 국기를 거꾸로 걸어 상대국이 직접 고쳐 다는 일도 벌어졌다.

외교부 안팎에선 무엇보다 강 장관의 아마추어리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글자 하나하나에 뜻과 파장이 전혀 달라지는 고도의 외교 업무를 수행하면서 대충 지나가는 일이 강 장관 취임 후 자주 목격된다는 게 정부 안팎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전임자들이 지나치게 일에 몰두해 직원들의 원망을 샀다면 강 장관은 ‘워라밸’ 시대에 맞는 장관이라는 평가가 있다. 외교는 밤낮 없는 전쟁인데 아쉬운 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윤병세 전 장관 시절에는 주요 간부들이 한밤에 모여 토론하는 심야 끝장회의가 자주 열렸다. 하지만 강 장관 임명 후 이런 문화는 갑자기 사라졌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문서 작성이나 외교 행사 준비에 기울이는 집중력이 이전 같지 않다는 말이 많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주요 이슈가 있을 때 당국자들이 크로스 체킹을 하다 보니 최소한 대형 실수는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은 확실히 업무 강도가 줄었지만 가끔 나조차도 ‘이래도 되는 걸까’ 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북핵 이슈가 외교안보의 최우선 사안이 되면서 핵심 북핵 어젠다는 대부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틀어쥐고 있어 자연스레 외교부의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교부가 북핵과 관련해 별로 정보가 없다. 청와대 안보실이나 국가정보원에서 북핵 관련 핵심 정보를 주지 않으면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전 정부에서 잘나가던 핵심 외교관들을 대거 적폐 인사로 분류해 보직에서 제외한 것도 외교부 조직이 갑작스레 ‘당나라 조직’으로 전락한 요인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직 외교관은 “전문가들을 대거 내쫓은 상태에서 무슨 외교가 제대로 되겠느냐. 구겨진 태극기 같은 사고는 조만간 다른 형태로 또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외교부#외교회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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