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겼으나 졌다” 몸낮춘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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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보궐선거 파장]1석도 못건진 선거 결과에 자성
홍영표 “민심 겸허히 받아들일것”
인사실패 등 ‘靑 악재’에 불만 고조… 당청관계 재정립 목소리 커질듯

4·3보궐선거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은 민심 이반을 인정하며 한껏 몸을 낮췄다. 여당 일각에서는 인사 검증 실패,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잇단 청와대발 악재를 “더 이상 옹호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 당은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겸허하게 책임 있게 끈기 있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국회의원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민심의 빨간등’을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해도 공개적인 비판을 삼가왔다. 당청 간 일체감을 높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입법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의원들은 이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겼으나 졌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를 현장에서 치른 민 위원장은 “더 잘못한 쪽을 정확히 찾아서 회초리를 들었다고 본다”며 “인사청문 논란, 부동산 투기 논란 등 우리 쪽의 실축이 더 크게 국민의 표심을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기동민 의원은 “몇몇 (장관) 후보들은 (청문회에서) 거짓으로 증언을 했고,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집 3채를 소유해 시세차익을 꽤 많이 남겼다”며 “국민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끼쳐드린 것이 선거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높은 만큼 보선 결과 하나를 놓고 민주당이 청와대에 목소리를 높이며 당장 당청 관계가 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의원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누적되면서 5월 원내대표 선거 때부터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제는 (친문 인사가 아니라) 청와대에 소신 있게 의견을 전달할 원내대표가 필요하다. 새로운 당청 관계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민주당#홍영표#인사#4·3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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