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 참사’ 반쪽 사과한 靑… 민심 경고 아직도 못 읽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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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어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3·8 개각의 장관 후보자 낙마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인사추천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인사 추천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검증을 보다 엄격히 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사 참사’에 대해 사과한 것이지만, 청와대 인사라인을 경질하라는 야당의 요구에는 “문재인 정부 인사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문제가 있다면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노 실장의 어제 사과는 반쪽짜리였다.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했지만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려는 다른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노 실장은 총론적 사과 외엔 어떤 책임 있는 조치도 밝히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의 면피성 사과만 한 것이다.

그제 4·3 보궐선거 결과는 정부여당의 잇단 실정(失政)에 국민이 보낸 분명한 경고였다. 표면상 1 대 1 무승부라지만, 민심의 변화는 무서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 창원과 통영, 고성의 기초단체장을 모두 차지했지만, 이번 보선에선 후보를 못 내거나 완패당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기대감이 불과 10개월 만에 깊은 실망과 분노로 바뀐 것이다.

그 원인은 멀리 있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내각의 안이한 인식에 있다. 그것은 대통령이 사람을 고르고 쓰는 방식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국정운영에서도 청와대가 모든 정책을 틀어쥔 채 당장 절실한 정책 조정도 미루고 있다.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조차 “청와대가 국민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까.

노 실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무겁게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사 참사의 책임을 정체불명의 인사 시스템에 미루고, 보선 결과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얻은 것보다 4%포인트 지지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말로는 ‘겸허한 자세’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민심을 읽지도, 그럴 의지도 없어 보인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더 진솔하게 몸을 낮추고 더 유연해져야 한다. 그런 변화마저 없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어떤 기대도 접어버리고 말 것이다.
#인사 참사#장관 후보자#4·3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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