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뉴욕의 끝없는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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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철도차량 기지서 마천루 숲으로, 허드슨야드 개발 공개
민간 28조 투자, 市 약 7조 지원… ‘리틀 두바이’ 기대감 꿈틀

미국 뉴욕 맨해튼 허드슨야드의 종합예술센터 ‘더 셰드’의 야간 조감도. 건물을 감싼 특수 유리 지붕이 움직이며 각양각색의 공연장으로 바뀌는 ‘이동식 건물’로 극장, 이벤트홀 등의 공간을 결합했다. 사진 출처 더 셰드
미국 뉴욕 맨해튼 허드슨야드의 종합예술센터 ‘더 셰드’의 야간 조감도. 건물을 감싼 특수 유리 지붕이 움직이며 각양각색의 공연장으로 바뀌는 ‘이동식 건물’로 극장, 이벤트홀 등의 공간을 결합했다. 사진 출처 더 셰드
박용 뉴욕 특파원
박용 뉴욕 특파원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서쪽 허드슨 야드에 첨단 종합예술센터 ‘더 셰드(The Shed)’가 공개됐다. 건물을 감싼 특수 유리 지붕이 움직이며 팔색조처럼 각양각색의 공연장으로 바뀌는 창의적인 ‘이동식 건물’로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앨릭스 푸츠 최고경영자(CEO) 등 더 셰드 관계자들은 이날 철도차량기지가 있는 낙후된 지역 허드슨 야드의 새 출발을 알렸다.

지역 정치인들의 반대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의 제2본사 유치 기회를 날린 미국 뉴욕시가 10년 가까이 공을 들인 새로운 성장 엔진을 공개했다. 허드슨강변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같은 마천루 숲으로 만들어 2025년까지 5만5000명이 일하는 복합 주거·사무·여가 공간으로 만든다는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다. 축구장 13개 넓이인 10만5000m²의 땅을 ‘뉴욕 속 두바이’로 바꾸는 이 사업에 부동산회사 2곳 등이 250억 달러(약 28조2500억 원)를 투자했다. 뉴욕시도 지하철 연장, 공원 건립, 각종 세제 혜택 등으로 약 60억 달러(약 6조78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5가지 상징성을 담고 있다.


○ 낭중지추(囊中之錐)

공사장 흙먼지가 날리고 인적도 드물던 허드슨 야드는 고급 백화점 ‘니먼 마커스’ 등이 들어선 복합쇼핑몰 ‘숍 앳 허드슨 야드’, 2500여 개 나선형 계단으로 얽힌 인공벌집 형태 구조물 ‘베슬(Vessel)’이 들어선 관광 명소로 바뀌었다. 올해 말에는 지상 100층 높이(367m)의 전망대 ‘뉴욕 에지’도 들어선다. 사업이 끝나는 2025년에는 쇼핑몰, 문화시설, 주상복합 등 13동의 고층 빌딩가로 바뀐다. 버려진 땅이 ‘주머니 속의 송곳’으로 변하는 셈이다.

허드슨 야드는 주거, 사무, 여가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콤팩트시티’의 장점을 내세워 세계 부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베슬과 더 셰드 바로 옆의 88층 호화 아파트 ‘15 허드슨’의 가장 싼 집은 431만5000달러. 88층에 있는 침실 4개, 욕실 6.5개의 펜트하우스 매매가는 3200만 달러, 관리비와 세금은 월 3만 달러다.


○ 호사다마(好事多魔)

허드슨 야드는 뉴욕시의 투자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사업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시는 총 24억 달러를 투자해 지하철 7호선을 허드슨 야드까지 연장했다. 공원 등을 조성하는 데도 12억 달러를 투자한다. 허드슨 야드 내 자산에 대해 20년간 재산세의 약 40%를 감면해 주는 등 10억 달러의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이 점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진보 성향의 지역 정치인들은 아마존 제2본사보다 더 큰 혜택이 제공되는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올해 1월 아마존이 뉴욕 제2본사 건설 계획을 철회한 것은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30·뉴욕 14지구) 같은 지역 정치인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미 세계 최대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가 더 부자가 되도록 하는 데 왜 세금을 30억 달러나 쓰냐”며 철회를 요구했다. 결국 뉴욕시와 아마존 모두 백기를 들었다. 당초 기대됐던 2만5000명의 새 일자리와 275억 달러의 세수도 허공으로 사라졌다.


○ 빙탄지간(氷炭之間)

뉴욕주 의회가 미 대도시 최초로 허드슨 야드가 포함된 맨해튼 60번가 남쪽 상업지구 진입 차량에 대해 2021년부터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은 또 다른 논란으로 떠올랐다. 주 의회는 이 돈으로 뉴욕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관할하는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투자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속내다. 하지만 한쪽에선 세금을 풀어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 같은 대규모 도심 개발 사업을 벌이고 다른 쪽에서는 혼잡통행료 등 증세를 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뉴욕 거주자들은 ‘얼음과 숯(氷炭之間)’처럼 양립이 어려운 엇박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통 사각지대에 거주하거나 맨해튼에 차를 가지고 통근하는 뉴욕주 및 뉴저지주 주민들이 벌써부터 혼잡통행료 면제를 요구한다. 니콜 맬리오타키스 뉴욕주 의원은 “혼잡통행료는 뉴욕 시민에게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며 “다른 주체에게 세부 권한을 넘기는 일은 책임 방기”라고 말했다.


○ 과유불급(過猶不及)

뉴욕주 의회는 고가 주택에 일률적으로 매매가의 1%를 부과했던 ‘맨션세(mansion tax)’를 구간별로 최고 4% 안팎으로 올리기로 했다. 주택 취득·등록세에 해당하는 이전세(transfer tax)도 200만 달러 이상 상업용 건물과 300만 달러 이상 주택에 대해 0.25%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현지 부동산업계는 고가 주택 거래세가 최고 4.5% 오르고 세 부담도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맨해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허드슨 야드 개발로 ‘럭셔리 주택’ 공급까지 증가하고 부동산세까지 오르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자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과유불급’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뉴욕시 비거주자들이 보유한 5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주택에 대해 일종의 ‘별장세’에 해당하는 ‘비거주자주택세’를 부과하려다 반발에 직면하자 그 대신 양도세 부과를 꺼냈다.

올해 1분기(1∼3월) 맨해튼 부동산 시장은 10년 만에 가장 위축됐다. 3월 아파트 매물은 전년 동기 대비 21.4% 늘었다. 고급 주택 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면 서민 부동산 시장으로 가격 하락세가 전이될 수 있다.


○ 임중도원(任重道遠)

뉴욕주는 미 50개 주 중 지방세 부담이 제일 큰 곳이다. 재산세 부담도 네 번째로 높다. 뉴욕 시민들은 “방만한 행정체계를 개혁하지 않고 손쉬운 증세부터 꺼내는 뉴욕시에 할 말이 많다”고 불만이다. MTA는 2009년 재정난으로 주 정부 지원을 받았다. 이로 인해 택시요금, 차량등록세, 우버 등 차량호출 서비스에 대한 세금도 줄줄이 올랐다. 시민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보수 진영은 민주당이 장악한 뉴욕시가 공공 지출을 지나치게 늘려 불황이 오면 재정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보수 성향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2014년 민주당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취임한 후 5년간 뉴욕시 지출은 약 32%, 시 공무원은 3만3000명 늘었다”고 지적했다. 뉴욕시는 허드슨 야드로 아마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상전벽해처럼 변해가는 허드슨 야드의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임무는 막중하지만 갈 길은 멀다’는 말이 떠올랐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더 셰드#허드슨야드#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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