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아이돌보미, 여가부 채용부터 관리까지 총체적 난국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3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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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후 80시간 교육·10시간 실습 거치면 아이돌보미 활동 가능
현행 제도만으로는 지원자 심층 파악 어려워…인적성검사 등 대안
아이돌보미 3500명에 모니터링단 4명…실질적 실태조사 불가능

자격이 미미한 아이돌보미로부터 아동이 학대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아이돌보미 채용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을 학대한 아이돌보미의 처벌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20만3272명의 동의를 받았다.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4개월 된 아이를 폭행한 혐의로 50대 후반 김모씨를 수사 중이다.

아이돌보미사업은 2006년 시범 시작해 2017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2012년 관련 법이 만들어지면서 여성가족부가 법령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아이돌보미 수요는 정확한 취합이 어려워 통계자료는 없지만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설명하고 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 이용은 2012년 4만3947가구로 집계돼 처음으로 4만가구를 넘었으며 지난해에는 6만4591가구가 아이돌보미의 도움을 받았다. 아이돌보미는 2014년 1만7208명이었고 2015년 1만7553명, 2016년 1만9377명, 2017년 2만878명, 2018년 2만3675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아이돌보미는 육아보육과 여성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 2246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는 것에 비해 제도의 내실화는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돌보미는 정신질환자나 약물중독자, 전과자 등이 아니면 지원 가능하다. 면접 과정을 거치면 80시간의 양성교육과 10시간의 실습교육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정만으로는 지원자가 아이돌보미로서 자격이 충분한지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건양대 아동보육학과 윤선영 교수는 “아이돌보미 대부분이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50대 이상으로, 자신들이 자녀를 키웠던 방식에 입각해 아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분들은 주로 경력단절 후 재취업을 위해 오신 분들이라 면접에서는 당연히 잘 할거라고 하기 때문에 면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지원자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이 직무를 잘 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인·적성 검사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동보육과 관련해서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다. 3급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실습만 4주 160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육교사 1급 자격증을 소유한 교사가 지도하며 평가점수에서 80점을 넘어야 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주로 활동하는 50대 이상 여성들이 성인지 감수성이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최근에 와서 늘어났다”며 “80시간 교육 뿐만 아니라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훈련교육인) 보수교육에 아이돌보미들이 반드시 들어가도록 해 지속적으로 감수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돌보미가 여성의 일자리로서 쉽게 진입해 일할 수 있도록 한 측면이 있어서 처우가 열악한데 진입장벽을 높이면 국민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생긴다”며 “자격기준을 강화한다면 그에 맞춰 아이돌보미 처우개선 등 예산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돌보미로부터 발생할 문제점들을 예방하기 위해 여가부가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부모들이 가정방문을 꺼리는데다, 모니터링단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실태파악이 안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번에 아동학대 사고가 발생한 서울에는 3500명의 아이돌보미가 있으나 모니터링 요원은 4명 뿐이다.

여가부 측은 “모니터링단을 늘리고 싶지만 예산사정이 있다”며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광주대 아동학과 이정애 교수는 “문제점을 먼저 분석하고 근본적 대책에 대해 의논한 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예산마련도 추가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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