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환경’에 지갑여는 소비자들… ‘反환경 기업’은 시장서 퇴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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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미래다]위기 아닌 기회 ‘必환경 시대’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최근 한국에서 ‘품절 사태’가 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1년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때 이런 파격적 광고를 냈다. 옷 하나를 만들 때마다 환경이 파괴되니 정말 필요할 때만 사는 ‘생각하는 소비’를 해달라는 광고 카피였다. 파타고니아는 젊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미국의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일 경제산업계에 따르면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 전환은 가장 소비력이 왕성한 밀레니얼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 출생한 이들은 가격이 좀 비싸도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기꺼이 지출할 준비가 돼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는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친환경 소비에 대해 실시한 설문 결과가 실렸다. 이 조사에서 밀레니얼세대는 10명 중 7명(68%)이 최근 1년 사이에 사회적 또는 환경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1∼3월에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을 겪으면서 ‘환경 이민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졌다. 이러다 보니 보건용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됐고 매출은 2010년 5억7000만 원에서 2017년 337억 원으로 급증했다. 어린이집, 초중고교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지 않아 미래 세대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지적에 LG전자 같은 기업이 나서서 무료 설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2010년 100만 대 수준이던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20년 25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들은 환경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기업은 퇴출까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실제 2011년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숨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겪으며 한국 사회에서는 환경에 대해 무책임한 기업은 퇴출된다는 선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옥시는 현재 한국시장에서 정상적인 영업이 힘든 상황이다. 이 사건은 지금도 원재료 공급업체, 판매 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2018년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놓았던 라돈침대 사건에 연루된 기업들도 끝없는 소송에 경영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한국만 아니다. 2015년 독일의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이 미국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 디젤엔진의 배출가스를 조작해 친환경 차량으로 판매했다가 당시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폭스바겐은 한국에서도 ‘클린디젤’이란 마케팅을 하며 수입차 시장 판매량 3위로 올라섰다가 일부 차량이 배출가스 성적서나 소음 성적서를 불법으로 조작했다며 2016년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취소당했다. 이 사건 여파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폭스바겐은 약 1년 반이 지난 지난해 2월에야 한국 시장에 다시 복귀했다. 당시 이 문제에 관여한 한 당국자는 “환경 기준을 우습게 본 기업은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확인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때의 환경 리스크는 자동차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다.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친환경 내연기관차에 투자하는 걸 넘어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화학회사들은 2차전지 사업을 차세대 주요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혁신성장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계 창업자들이 만든 스타트업인 비트파인더는 초정밀 레이저 센서로 초미세먼지, 화학물질, 온도, 습도를 측정해 실내 공기 질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병욱 세종대 교수(산업환경학)는 “환경재앙이 현실화되면서 환경경영은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며 “정부나 기업이 장기적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경영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김지현·강은지 기자
#환경#소비자#환경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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