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 연호 ‘레이와’ 원전, 알고 보니 중국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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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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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보다 2세기 앞선 中 ‘문선’에 등장” 학계 지적

다음 달 1일부터 사용될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가 출전(出典)으로 삼은 고대 시가집 ‘만요슈’(萬葉集·만엽집)도 중국 고전의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이 일본 학계로부터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새 연호 선정·발표 과정에서 중국 고전을 인용하던 기존 관행을 따르지 않고 자국 고서를 출전으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오히려 고대 일본 문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은 점만 확인된 것이다.

중국 고대사 전문가인 쓰루마 가즈유키(鶴間和幸) 가쿠슈인(學習院)대학 교수는 2일 방송된 일본 TBS와의 인터뷰에서 “‘레이와’의 출전 ‘초춘영월 기숙풍화’(初春令月 氣淑風和·초봄의 좋은 달 공기가 맑고 바람이 좋네)와 비슷한 구절이 중국 시문집 ‘문선’(文選)에도 나온다”면서 “문선은 만요슈 이전에 쓰인 책이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중국의 시를 외울 정도로 읊고 다녔다”고 말했다.

만요슈와 비슷하다고 지목된 문선의 시구는 ‘중춘영월 시화기청’(仲春令月 時和氣淸)이다. ‘초춘’ 대신 ‘중춘’(仲春·음력 2월)이 등장하는 차이가 있지만, 그 외 ‘영월’(令月)이란 단어와 ‘화할 화’(和)자를 사용해 분위기를 설명한 점 등은 두 책이 일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와타나베 요시히로(渡邊義浩) 와세다대 교수도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만요슈와 문선에 등장하는 구절은 기본적으로 같은 의미”라면서 “문선을 바탕으로 만요슈를 만들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만요슈는 8세기 말, 문선은 이보다 앞선 6세기쯤 책으로 엮였다.

이와 관련 로버트 캠벨 일본 국문학연구자료관장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레이와’의 출전인 ‘매화가’(梅花歌) 서문은 중국 후한(後漢) 시대 문인 장형(張衡)이 지은 ‘귀전부’(歸田賦)의 영향을 받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매화는 중국 시가에서 전통적으로 다뤄져온 소재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학계 지적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다만 ‘레이와’의 최초 제안자로 알려진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오사카(大阪)여대 명예교수의 저서엔 ‘만요슈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고 NHK가 전했다.

NHK에 다르면 나카니시 교수는 1984년 펴낸 ‘만요슈 역주(譯註)’에서 “만요슈 서문의 형식이 중국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서’(蘭亭序)와 같다”며 “당나라 초기 중국에선 한시(漢詩)에 서문을 붙이는 게 유행했는데 만요슈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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