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비닐단속 첫날 혼란…“제대로 된 지침 없어”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1일 16시 10분


코멘트

165㎡ 이상 슈퍼마켓도 규제…서울시·자치구 합동단속
“상품별 지침 없다…준비 기간 너무 짧아” 불만 속출

은평구청 공무원 등이 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로의 한 마트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점검·단속하고 있다. 2019.4.1/뉴스1 © News1
은평구청 공무원 등이 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로의 한 마트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점검·단속하고 있다. 2019.4.1/뉴스1 © News1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되는지 시나 구에서 정확히 알려준 게 없었다”

강화된 1회용 비닐봉투 규제 단속이 시작된 날, 은평구 한 대형 슈퍼마켓 김숙자 대표는 이렇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시는 올 1월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의 계도기간이 끝남에 따라 1일 각 자치구와 함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을 대상으로 1회용 비닐봉투 집중단속을 펼쳤다. 개정된 규칙에 따라 기존 규제 대상이었던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165㎡ 이상 슈퍼마켓도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고, 제과점에서는 무상제공이 금지됐다.

현장에서는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짧은데다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김 대표는 “계도기간이 너무 짧았고 (봉투가)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되는지 자세히 내용이 나온 것이 없었다”며 “서울시, 은평구에서 알려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마트협회를 통해서만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들을 수 있었다”며 “(시나 정부의 홍보가)수박 겉핥기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겉면에 수분이 있는 식료품 등에 한해 속비닐 제공이 가능하고, 종이 재질의 봉투를 판매할 수 있는 등 주요 내용은 알고 있지만, 상세한 지침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수많은 상품에 이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이사는 “(규제 강화에 따른)문의 때문에 최근 정신이 없었다”며 “협회 차원에서 환경부나 지자체로부터 상품별로 지침을 받은 것이 없다. 현장에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해 (환경부, 지자체에)알려 달라는 식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나마 우리 협회에 소속된 3500여개 마트는 저희가 최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곳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로의 한 마트 계산대 앞에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 장바구니 사용에 동참해 주세요’가 적힌 인쇄물이 붙어 있다. 2019.4.1/뉴스1 © News1
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로의 한 마트 계산대 앞에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 장바구니 사용에 동참해 주세요’가 적힌 인쇄물이 붙어 있다. 2019.4.1/뉴스1 © News1

또 강화된 규제를 지키기 위해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우리 마트는 배송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인데 배송에 어려움이 많다”며 “기존에는 비닐 재질로 자체제작한 배송봉투를 이용했는데 이제 사용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마트는 기존 봉투를 대체하기 위해 부직포 재질의 봉투를 8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대체품이 필요한데 부직포로 된 봉투도 부직포 성분에 따라 쓸 수 있고, 없고가 다르다”며 정보 부족을 아쉬워했다. 또 “규제 대상이 아닌 친환경 비닐소재 봉투는 국내에서 제작하는 업체가 2곳밖에 없다”며 “얼마 전에 주문했더니 한달을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단속에 나선 은평구 관계자는 “올 초부터 규제 대상이 되는 마트마다 공문을 보내고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안내를 했다”며 “현장을 살펴본 뒤 점장 등을 만나 안내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상품이 워낙 다양해 변수가 많고, 명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보니(혼란이 생긴 것 같다)”며 “시행 초기이니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 있던 서울시 관계자는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어 (자치구에)전달해야 할 것 같다”며 “홍보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업주 입장에서는 혼란이 컸지만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은 대부분 규제를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조혜정씨(48)는 “계도기간이 있어서 1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차에 박스를 두고 다니면서 장을 보면 싣고 간다”고 말했다.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온 박모씨(52)도 “큰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는 비닐봉투를 사야 되거나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장바구니를 꼭 들고 다닌지 오래 됐다”고 했다.

앞으로 시는 자치구, 시민단체와 합동단속반을 편성, 집중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충분한 안내와 계도가 이뤄진만큼 경고 없이 바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과태료는 업종, 사업장규모, 위반횟수에 따라 5만~300만원이 부과된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