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10여 년 전엔 잘 몰랐을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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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지음/292쪽·1만6000원·동아시아

인류는 어디로 가게 될까. 어쩌면 이 사진은 오해하기 딱 쉽다. 지금 우리의 미래는 ‘50 대 50’의 확률을 지닌 게 아니다. 이대로라면 절벽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저자는 “보호난간이 있어야 절벽에서도 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적절한 규제와 대책이 있어야 인류는 더 발전하고 공생할 수 있다. 규칙이 있어야 경기도 이어지는 거 아니겠나. ⓒshutterstock·동아시아 제공
인류는 어디로 가게 될까. 어쩌면 이 사진은 오해하기 딱 쉽다. 지금 우리의 미래는 ‘50 대 50’의 확률을 지닌 게 아니다. 이대로라면 절벽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저자는 “보호난간이 있어야 절벽에서도 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적절한 규제와 대책이 있어야 인류는 더 발전하고 공생할 수 있다. 규칙이 있어야 경기도 이어지는 거 아니겠나. ⓒshutterstock·동아시아 제공
‘파란 하늘∼ 빨간 지구∼.’

왠지 동요 한 구절을 연상시키는 제목에 현혹되지 마시라. ‘파란하늘…’은 버겁도록 묵직한 책이다. 왜 아니겠는가. 빙하가 녹아서 북극곰이 물에 빠지는 영상. 기상이변으로 몰아닥치는 자연재해. 아니, 뿌옇다 못해 마스크를 써도 목이 텁텁한 대기. 최소 한 번쯤 봤거나 경험한 지구의 경고는 어깨를 짓누른 지 오래다.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인 대기과학자가 썼으니 품질이야 믿고 봐도 될 터. 아니나 다를까.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입천장이 메마른다. 미리 말하지만, 저자는 결코 과장해서 겁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이 심각한 내용을 담담한 필치로 정리한다. 하지만 다들 안다. 원래 차분한 팩트가 제일 무섭다.

요즘 한반도에서 가장 큰 관심사인 ‘미세먼지’를 살펴보자. 어느 순간 미세먼지는 호환마마, 심지어 핵미사일보다 겁나는 존재가 됐다. 그런데 실은 “서울의 오염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반이 지금보다 50퍼센트 이상 높았다”. 저자도 지적하지만, 미세먼지란 용어 자체를 본격적으로 쓴 것도 2014년 이후다. 게다가 미세먼지는 생태계에서 긍정적 효과도 지녔기에, 예전부터 썼던 스모그나 연무로 부르는 게 옳다고 한다.

이 혼란은 무분별한 용어 사용에 멈추질 않는다. 우린 쉽게 중국을 탓하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심지어 봄에 몰려올 ‘공포의 황사’는 실제로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되므로 노약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토양은 대부분 산성화돼 있어 알칼리 성분인 황사는 토양을 중화시키는 ‘고마운’ 역할도 한다.

‘파란하늘…’은 참 반가운 책이다. 원래 오해나 무지만큼 무서운 게 없다. 특히 지구온난화나 오염먼지와 같은 이슈는 대단히 중요하나 대다수가 ‘잘 모른다’. 숱한 관련 서적이 있지만 다소 장황하거나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조곤조곤 맥을 짚어 준다. 깨진 빙하가 빨리 녹는 이유를 “덩어리 얼음을 따뜻한 곳에 둬도 천천히 녹지만, 얼음을 깨뜨려 물그릇에 넣으면 빠르게 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하는 친절함도 맘에 든다.

특히 이 책을 손에 쥐었다면 마지막 ‘나오는 말’은 곱씹어 읽길 권한다. 30년 넘게 현직에 종사했던 과학자로서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가 빼곡하다. 과학을 과학으로 대접하지 않고, 정책의 도구로 쓰는 한국의 현실은 울림이 크다. 과학자조차 공무원이나 영업사원으로 만드는 사회에서 어떤 개선이나 진보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저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에게도 어쭙잖은 부탁 말씀을 드린다. 계속해서 이렇게 현안을 다루는 과학서가 나와야 한다. 최근 청와대에서 발표한 인공강우 실험은 “요행을 기대하는 현대판 기우제”란 질타처럼. 대중이 그만큼 알아주지 않더라도, 한숨과 좌절이 반복되더라도 말이다. 모두가 하늘과 지구를 돌아볼 수 있도록.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미세먼지#국립기상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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