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출신 아니면서도 창업 성공… ‘운용업계 박항서’ 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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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대표 “좋은 인재 영입이 우선”
라임 지분 100% 임직원이 가져… 소유구조-기업문화 새 바람

원종준 대표는 스스로 고백하듯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 아니면서도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시장에서 그를 ‘운용업계의 박항서’라고 말하는 이유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면서도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맡아 베트남 축구 역사를 다시 쓰는 박항서 감독에게 빗댄 것이다.

라임은 소유구조나 기업문화에서 운용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라임의 소유구조는 원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노사가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원 대표는 “그 덕분에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성과에 어울리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까지 갖춘 덕분인지 1년 반 전부터는 퇴사하는 직원이 한 명도 없다”고 자랑했다.

현재 원 대표의 지분은 총 발행주식의 25%에 불과하다. 그는 이 때문에 ‘그렇다면 왜 창업했느냐’는 얘기를 가끔 듣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는 “지분 100%를 갖고 혼자 힘으로 기업가치 100억 원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1000억 원 회사를 만들면 그 회사 지분 25%만 가져도 250억 원을 얻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원 대표는 “운용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인재 영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임이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회사 임직원들 덕분이었다. 특히 2015년 영입한 이종필 부사장은 대체투자 분야를 키우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원 대표는 “이 부사장 역시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창업하는 것만큼이나 지분이나 성과 배분을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해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98학번인 원 대표는 대학 2학년 때인 1999년 하반기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마침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기 직전이어서 원 대표가 사는 종목마다 올랐다. 미다스의 손을 가진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해 겨울방학에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에게 1억 원을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다음 해 IT 거품이 꺼지면서 ‘쪽박’을 찼다.

그는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제대 후 복학을 해서는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 공부도 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엔 자연스럽게 펀드매니저의 길로 들어섰다. 2005년 우리은행 증권운용부, 2008년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2010년 브레인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를 거치며 실력을 키운 다음 2012년 창업했다. 원 대표는 “올 상반기에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해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창업#운용업계#박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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