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에 휴대전화 시범 허용 1년… 내달 전 부대 확대 “사회 단절 줄고 인강 들을수 있어 만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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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로 국방부가 현역 병사들에게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지 1년이 된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1년이 되는 4월 1일부터 모든 병사에게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하겠다고 최근 밝힌 상태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군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제대 후 빠른 사회 적응을 돕는다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 군사 정보 유출이라는 우려도 남겼다.

○ 현역병 96%가 만족

국방부는 병사들의 사회 단절을 최소화하고 자율적인 병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4월 1일부터 육군 4개 부대를 대상으로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다. 이후로 대상을 차츰 넓혀 올해 1월에는 육해공군 전체 부대의 3분의 1로 대상이 확대됐다.

일과 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병사들은 만족해하고 있다. 2년간 중국 유학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9월 육군으로 입대한 정모 씨(21)는 “중국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하기가 힘들었는데 올해 2월부터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친구들과 매일 메신저로 대화한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4월 전역 예정인 육군 병장 송모 씨(23)는 “시끄러운 사이버지식정보방과 달리 조용한 곳에서 휴대전화로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송 씨는 휴대전화로 정보기술(IT)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장병 5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병사의 96%, 간부의 72.9%가 휴대전화 사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국방부가 1600명의 병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휴대전화 사용의 긍정적인 면을 물었더니 ‘가족, 친구 등과 자유롭게 통화’(26.5%)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자격증 취득 및 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인터넷 강의 시청’(21.1%),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통’(11.8%), ‘전역 후 취업 및 진로 정보 탐색’(6.7%)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자기계발을 하면서 고립이나 단절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부대 위치 노출, 공기계로 ‘눈속임’도

하지만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민감한 군사 정보가 온라인에 노출되는 등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민간인도 참여할 수 있는 공군의 한 오픈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한 병사가 “군 입대를 앞둔 이들에게 정보를 주겠다”며 표로 정리된 전국의 공군 부대와 포대 위치를 올렸다.

휴대전화 사용 시간 및 장소 지침을 어기는 경우도 많았다. 국방부는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평일 오후 6∼10시, 휴일 오전 9시∼오후 10시로 제한했다. 또 보안구역인 지휘통제실이나 행정실 등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일부 부대에서는 병사가 휴대전화를 회수하다 보니 선임병이나 동기들은 휴대전화 반납 후 몰래 되찾아 가는 경우도 있다. 육군의 한 여단급 부대에서 근무했던 유모 씨(25)는 “동기나 선임이 휴대전화 관리 병사에게 ‘좀 쓰자’라고 말하면 다시 내주고는 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반납할 때 공기계를 제출하고 실제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몰래 따로 보관한 뒤 허용된 시간 외에 계속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유 씨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전모 씨(24)는 “반납한 휴대전화를 일일이 켜서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공기계를 내도 그냥 넘어갈 만큼 관리가 허술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오픈 카톡방과 메신저를 통한 군사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할 수 없도록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지만 몰래 뗐다가 다시 붙여도 알 수가 없다. 인스타그램에는 ‘#군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군사시설 촬영 사진이 하루 두세 건씩 올라오고 있다.

김민찬 goeasy@donga.com·윤다빈 기자
#국방부#육군 휴대전화 사용#군사정보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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