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통계청 예측… 저출산대책 예산 등 혼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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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쇼크]추계보다 출생아 적은 곳 수두룩
시군구 35곳은 20% 넘게 차이… 출산축하금 등 배정 예산 못써
제주, 지역특성 맞는 모델 만들기로

서울시는 2017년 관악구에서 4086명(중위 추계)의 아이가 태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같은 해 관악구에서 태어난 아이는 2931명에 그쳤다. 추계보다 무려 28.3%나 적게 태어난 것이다.

결혼 적령기(20∼39세)인 구민은 전년보다 300여 명 증가했지만 대다수가 신림동 고시촌 등에 혼자 살며 출산은커녕 결혼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점을 간과해 벌어진 일이다. 이에 관악구는 2017년 두 명 이상을 낳은 가정에 ‘출산축하금’ 20만∼100만 원을 주기 위해 3억3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도 이 중 8200만 원을 쓰지 못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4일 전국 시군구별 출생아 수(2017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관악구처럼 통계청과 광역자치단체의 추계 대비 실제 출생아 수가 20% 이상 적었던 시군구가 35곳이나 됐다. 빗나간 예측 탓에 저출산의 충격이 유난히 컸던 지역이 많다는 얘기다.

추계 대비 실제 출생아의 비율이 가장 낮았던 지역은 충남 금산군이었다. 통계 당국은 2017년 금산군에서 335명이 태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30.5% 적은 233명이 태어났다. 대전 동구는 추계 대비 29.6%, 전남 무안군은 29.3%, 대전 중구는 28.7%나 출생아가 적었다. 실제 출생한 아이들의 수가 예상 추계와 가장 크게 차이가 났던 곳은 경기 화성시다. 9043명이 태어날 거란 예상보다 2039명이 적은 7004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그 다음으로는 수원시 1924명, 용인시 1650명 순으로 추계 대비 출생아 수가 적었다.

이는 통계 당국의 출생아 수 예측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지역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이 주거와 취업, 출산 인프라 등으로 제각기 다른데도 불구하고 인구 추계에는 전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모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아예 인구 예측이 빗나가면서 벌어지는 행정 계획의 차질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인구 추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통계청#저출산대책#출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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