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 ‘감정-공감-치유’ 앞세운 에세이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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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풀어 쓰기 힘든 감정들… 단정하고 세밀한 언어로 정리
자기표현 목마른 독자들에 공감

내밀한 감정을 표현해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에세이 ‘당신의 사전’(왼쪽)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내밀한 감정을 표현해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에세이 ‘당신의 사전’(왼쪽)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김버금 작가 ‘당신의 사전’은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글이다.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속 감정들을 ‘남모르다’ ‘소중하다’ ‘이상하다’ 등 정돈된 언어로 표현해 이달 초 발표된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의 대상을 수상했다. 김 작가는 이 책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출간했다. 최초 모금 목표액은 130여만 원이었으나 20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당초 예상 금액의 3배가 넘는 470여만 원이 모였다.

김 작가 글이 입소문을 타고 호응을 얻은 이유는 누구나 일상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들, 그러나 말로 풀어 쓰기 힘든 감정들을 단정하면서도 세밀한 언어로 정리해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모른 채 흘려보냈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매일 감정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다 보면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 “‘감정’에 대한 목마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많은 연습을 해왔지만 정작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에는 서투르다”고 덧붙였다.

출판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일상에서 느끼는 각종 감정을 풀어 쓰거나 감정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여전히 ‘감정’과 ‘공감’, ‘치유’를 키워드로 한 에세이, 인문학 서적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나 우울증과 불면증에 도움을 주는 책으로 입소문을 탄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게요’(김지훈) 등이 그 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책의 문구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저자에게 공감하는 독자도 많다.

최근에는 가벼운 우울증을 겪은 저자가 상담하는 과정을 다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책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섰다. 심리상담이 일찍 발달한 영미권에서는 ‘우울증’ 등 부정적 감정을 직접적으로 다룬 에세이들이 일찍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 이같이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에 대한 도서들이 주목받는 것은 큰 변화라는 것이 출판계 시각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당신의 사전#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위로 에세이#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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