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신상정보 어디까지 물어야 할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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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소득 등 과도한 수집 안돼” 서울교육청, 신고센터 내달 개설
교사들 “가정환경 알아야 학생지도… 명확한 기준없이 센터 운영 지나쳐”

서울시교육청이 학생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과도한 개인정보수집 신고 창구’를 다음 달 1일 개설한다. 학부모의 직업, 소득, 이혼 여부 등을 묻는 관행적인 학교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명확한 기준 없이 신고 시스템부터 만드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홈페이지에 ‘과도한 개인정보수집 신고 창구’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내용의 ‘2019년 개인정보 보호 추진계획’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개인정보수집에 관한 신고 창구를 개설한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처음이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학기 초 관행적으로 학생들의 기본 신상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가정형편, 부모 직업과 소득, 이혼 및 재혼 여부 등을 학생들에게 써내도록 해 프라이버시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교가 과도한 신상 정보를 요구하면 다음 달 1일부터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설치된 신고 창구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 된다. 접수된 사안은 교육청이 직접 조사한다. 문제가 있으면 해당 학교에 주의 등 징계를 내리고 그 결과를 30일 안에 신고자에게 알려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각종 조사 서식을 이용해 학부모의 신상 정보를 수집해 온 것이 학부모를 불편하게 하고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해 왔다”며 “개인정보 보호 및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교를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보를 유출하거나 오남용한 학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그렇지만 교육 현장에선 학생지도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묻는 것까지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식적으로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 주 신고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지역 A중학교 교사는 “사춘기 학생들을 지도할 때는 개개인의 가정환경을 이해해야 한다”며 “신고가 들어올까 봐 학생이 말하기 전엔 파악조차 안 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또 학생들이 학업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지원이 필요한지를 학교가 알려면 가정환경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의 B중학교 교사는 “가령 부모가 교도소 재소자인 경우 꼭 필요한 학업·경제적 지원이 결핍된 채 살아가는 학생도 있다”며 “이런 학생에게 도움을 주려면 부모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교총 관계자는 “개인정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학교에 안내하고 학교와 학생 사이에 ‘물어도 되는 것’과 ‘물어선 안 되는 것’의 인식 차를 좁혀 나가는 협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사지원 기자
#학생신상정보#부모소득#프라이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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