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합의안 아니면 노딜 브렉시트”… 英에 최후통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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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수뇌부, 갈피 못잡는 英에 불만… 5월 EU의회 선거 이전 결정 원해
당황한 메이 “의원들이 결정할 시간” 내주 3차 투표… 의회통과 불투명

“29일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점을 3개월 연기해 달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을 직접 만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점 연기를 요청한다. 이틀 전 서한으로 연기 요청을 했다. 하지만 하루 전 도날트 투스크 EU 의장이 “영국 정부의 합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때만 연기가 가능하다. 아니면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진행하겠다”며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리자 직접 만나 대응하는 것이다.

EU 수뇌부는 브렉시트 혼란을 안은 상태로 5월 23∼26일 EU 의회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우왕좌왕에 대한 불만도 크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메이 총리가 이날 EU 정상들에게 향후 전략에 대해 신뢰를 주지 못하면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EU가 선거 직전인 5월 22일까지 두 달 연장을 허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3개월 연장 요청이 쉽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여겼던 영국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메이 총리는 20일 TV 대국민 담화에서 “내부 다툼과 정치 게임에 다들 지쳤다. 이제 의원들이 결정할 시간”이라며 의회를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의 1, 2차 합의안에 모두 반대했던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와 보수당 연정 파트너 북아일랜드민주당(DUP)뿐 아니라 제1 야당인 노동당도 동조하지 않는 모습이다. 보수당 강경파들은 “총리의 발언이 오히려 3차 합의안 투표에서 그를 지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다른 게 뭐냐”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다음 주 합의안 3차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3차 투표가 가결되면 EU는 긴급 EU 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3개월 연장’을 확정한다. 부결되면 29일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된다.

영국인들은 자국 정치인에게 극도의 실망감을 표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브렉시트에 관한 영국의 현재 모습은 ‘국가적 굴욕’”이라고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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