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 한국문화예술委 위원장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큰 원칙 반드시 지켜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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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예술 현장이 있기에 문화예술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려 한다”며 “좀 더 섬세하게 예술가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예술 현장이 있기에 문화예술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려 한다”며 “좀 더 섬세하게 예술가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갈 길이 구만 리 같습니다. 현장 예술인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끊임없이 소통하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동숭길 예술가의집에서 19일 만난 박종관 제7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60)은 예술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예술위는 연극 문학 미술 등 순수예술분야 창작 및 저소득층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국내 최대 기관으로, 연간 예산이 2500여억 원이다. 문화예술위 1기 위원, 예술공장 두레 상임연출가 등을 지낸 그는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최근 그는 직원들에게 “영혼 없는 예술 행정을 하지 말고 공정함을 지키는 선량한 관리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우선 과제로 “생애 첫 창작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예술은 경험치가 중요하기에 예술계에 진입하는 청년들이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국경의 경계 없이 누비는 청년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간의 제약이 많은 공연을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해 국경을 넘어선 공연 시장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남북 예술 교류를 위한 자료 수집과 연구도 할 계획”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것 역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학 무용 미술 등 여러 장르가 융합돼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지원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한동안 끊어졌던 다원 예술 지원도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박 위원장은 문화예술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큰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 예술 행정을 시행해야 블랙리스트 사태 같은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기부금을 늘리는 것도 과제다. 개인과 기업 등이 낸 예술기부금은 2015년 241억 원에서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진 후 30% 넘게 줄었다. “예산 부족으로 잠재력이 큰 예술가들을 지원하지 못할 때 너무나 안타까워요.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처럼 예술 관련 기관이 공동모금을 담당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예술 기부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영화관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그는 예술 기부가 사회의 품격을 높인다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원장에 선임됐다는 통보를 받고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예술이라는 경이적인 힘 앞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언제든 소매를 걷어붙이고 예술가,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예술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문화예술위원회#박종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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