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명진]서류와 행정절차에 막힌 관광벤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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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주 52시간 근무제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가치관의 확산이 여행 수요로 이어지며 관광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클릭 몇 번으로 항공권 구매부터 숙박 예약까지 손쉽게 해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광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변화에 따라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와 차세대 관광벤처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1년부터 관광벤처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관광벤처 지원사업은 자금 지원은 물론 컨설팅, 교육, 네트워크 활성화,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는 20년 넘게 국내 인바운드(외국에서 한국으로 여행)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실행에 한계를 느끼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FIT(개별 자유여행객) 시대에 걸맞은 정보통신 융·복합 서비스 인프라 및 플랫폼 구축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만 실현할 수 있다.

관광벤처는 대부분 소규모라 정부가 요구하는 증빙서류와 행정절차에 많은 시간과 인력을 소모해야 하며, 경험이 없는 청년창업은 복잡한 행정업무 때문에 본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는 불필요한 서류 요구를 최소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기존 관광기업들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통의 관광기업들은 막강한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관광기업과 관광벤처들이 서로 필요한 부분을 협력하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 기존 관광기업과 관광벤처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새로운 관광 비즈니스를 교류하는 포럼과 세미나를 마련한다면 여행사는 자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관광벤처를 만나 투자할 수 있고, 관광벤처는 기존 여행기업의 데이터와 노하우, 관광산업의 특성과 생리를 알 수 있다. 이러면 새로운 형태의 관광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표현하는 관광산업은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이미 외국은 관광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며 국내 관광시장으로 침투하고 있다. 우리도 한류(韓流)와 안보관광 등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된 지금, 정부와 벤처기업, 여행기업이 상생(相生)의 시너지를 낸다면 글로벌 관광기업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워라밸#여행#관광산업#관광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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