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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에 책 터널-맛집 편집숍… 손님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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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에 책 터널-맛집 편집숍… 손님이 왔다

조윤경 기자 입력 2019-03-21 03:00수정 2019-03-2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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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도심 오피스-상업시설 재활용하는 ‘공간 디벨로퍼’
기획을 통해 죽은 공간을 살리는 ‘공간 디벨로퍼’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1가의 ‘아크앤북’은 3년 가까이 방치됐던 건물 지하를 서점과 식당가로 개발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위치한 서점 아크앤북. 입구에 들어서자 아치로 쌓아 올린 책 구조물이 손님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다른 건물보다 천장이 낮아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었지만 아치를 배치해 판타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로 바꿨다. 방문객들은 서점 곳곳에 배치된 약 10m 길이 긴 소파에 앉아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앉아 느긋하게 책을 즐기고 있었다.

아트앤북이 들어선 부영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빌딩) 지하는 부영그룹이 2017년 초 삼성화재로부터 매입하기 전인 2015년부터 공실로 방치됐던 곳이다. 삼성화재 직원교육장으로 설계돼 천장이 낮아 식당이나 판매점 같은 상업시설이 들어오기 어려웠다.

하지만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콘셉트를 바꾸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과거 인쇄소가 자리하던 을지로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서점으로 기획하고 일상, 주말, 스타일, 영감, 네 가지 테마로 꾸미면서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아크앤북 관계자는 “서점의 경우 주중 평균 400여 명, 주말 평균 700여 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오픈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서울 도심에 방치된 오피스나 상업시설을 재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주변 지역 특성에 맞는 업종을 선택하고 현장에서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부지를 개발하고 인프라를 넣는 ‘부동산 디벨로퍼’와는 달리 버려진 공간에서 수익을 내는 플랫폼 사업자, 즉 ‘공간 디벨로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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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남장은 1970년대 유리공장으로 지어진 낡은 건물을 코워킹스페이스로 되살렸다. 어반플레이 제공
버려진 공간을 공유오피스와 공유주거로 개발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연남장’은 본래 금융 관련 중소기업이 입주해 사무실로 쓰던 곳이지만 이후 1년 가까이 비어 있었다. 1970년 지어진 낡은 건물이라 입주자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어반플레이’가 인근 젊은 창작자와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워킹스페이스 및 입주 스튜디오 등으로 2, 3층을 리모델링했다. 3개월 만에 입주자 모집이 마감됐으며 현재 16개의 디자인 및 정보기술(IT) 벤처 스타트업이 연남장을 이용하고 있다.

2014년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스타시티몰에 입점한 ‘오버더디쉬’도 성공적인 공간 개발 사례로 꼽힌다. 역세권이면서도 오락실, 식당 등이 줄줄이 손을 털고 나갔던 꼭대기 3층을 압구정동 장사랑, 신사 가로수길 ‘교동짬뽕’ 등 전국의 숨은 맛집이 모인 편집숍 형태로 바꿔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공간 디벨로퍼’들은 택지를 개발하고 건물을 올리는 기존 부동산 디벨로퍼들과는 다르다. 비교적 소규모 자본을 들여 쓰임이 다해 방치된 곳의 가치를 ‘업사이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10년 이상 장기임대로 원주민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것도 위 사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낙후된 지역이나 공장지대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후원금을 기반으로 하거나 예술성을 최우선에 두기보단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고민한다. 이명훈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과 같은 과밀화된 대도시에선 작은 기업이 주도하는 이 같은 공간 개발이 의미 있는 시도이며 앞으로도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공간 디벨로퍼#아크앤북#연남장#오버더디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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