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테러 온라인 연대… ‘외로운 늑대’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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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서 고립된 이들 뒤엔 형제 늑대… 인종혐오 의견 공유 분노감 키워

총기난사 현장 조사 18일 네덜란드 중부 위트레흐트에서 과학 수사 전문가들이 총격 사건이 발생한 트램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오전 발생한 총기 난사로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경찰은 터키 출신 용의자 괴크멘 타니스를 체포해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위트레흐트=AP 뉴시스
총기난사 현장 조사 18일 네덜란드 중부 위트레흐트에서 과학 수사 전문가들이 총격 사건이 발생한 트램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오전 발생한 총기 난사로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경찰은 터키 출신 용의자 괴크멘 타니스를 체포해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위트레흐트=AP 뉴시스
15일 뉴질랜드 테러로 세계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극우주의 테러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특히 조직적인 무장단체의 테러 대신 인종 혐오·극우 성향의 개인, 즉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희생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각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호주 국제관계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해 말 발간한 ‘글로벌 테러리즘 지표 2018’에 따르면 극우주의 테러로 인한 각국 희생자는 2009년부터 10년째 증가하고 있다. 2002∼2008년 서유럽과 북미의 극우 테러 희생자는 ‘제로(0)’였지만 2009∼2017년엔 158명이 숨졌다. 테러 시도 횟수도 2011년까진 한 자릿수였으나 꾸준히 늘어 2017년엔 59건까지 치솟았다.

대표적 예가 최악의 극우주의 테러로 꼽히는 2011년 7월 노르웨이 테러다. 극우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당시 32세)는 오슬로에서 폭탄 및 총기로 77명을 살해했다. 2015년 6월 미국에선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당시 21세)가 남부 찰스턴 흑인 교회에서 총기로 9명을 숨지게 했다. 이번 뉴질랜드 테러는 노르웨이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극우 테러다. 18일 이슬람국가(IS)가 “뉴질랜드 테러의 복수에 나서겠다”고 밝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외로운 늑대’의 특성 탓에 이들에 대한 연구 및 분석도 활발하다. 극우주의 테러 가운데 피해가 가장 컸던 노르웨이와 뉴질랜드의 테러 위험 순위는 각각 123, 114위로 전체 163개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미 보스턴 사회갈등혁신연구소의 마이클 니콘척 박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는 스스로 사회 주류에 속하지 못했다고 여긴다”며 ‘외로운 늑대’의 탄생에 사회 구조적 문제가 깊이 결부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에서 고립된 이들은 온라인에서 연대한다. 뉴욕 데이터와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이들은 ‘4chan’(이미지 공유 사이트)’ 등 우익 커뮤니티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비밀 웹사이트를 통해 극단적 민족우월주의, 여성 혐오, 이슬람포비아적 의견을 공유하고 강화한다. 테러를 수행하는 사람은 ‘외로운 늑대’지만 그 뒤에 수많은 ‘온라인 형제 늑대’가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테러리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IS, 탈레반 등 이슬람 무장단체의 이미지가 워낙 깊이 각인돼 증오 범죄의 최대 피해 집단인 무슬림을 가해자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미 유대인단체 반명예훼손연맹에 따르면 10년간 미국 내 극단주의 범죄 사망자 중 73.3%가 극우주의자에 의해 숨졌다. 반면 이슬람 극단주의로 인한 사망자는 23.4%였다. 조 버턴 뉴질랜드 와이카토대 교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위험은 과대평가됐고 극우주의자의 테러는 과소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뉴질랜드 테러#극우주의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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