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리 위대한 발자취, 敬으로 따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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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선생 사직한 뒤 귀향길… 12일간의 여정 450년 만에 재현
매일 걷기 뒤엔 강연-시짓기 행사


조선 성리학을 대표하는 퇴계 이황(1501∼1570)이 1569년 임금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향했던 마지막 귀향길이 450년 만에 재현된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74·전 기획예산처 장관·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9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출발해 안동 도산서원까지 12일 동안 800리(약 314km) 거리를 걷는 ‘위대한 발자취, 경(敬)으로 따르다’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퇴계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1569년 음력 3월 4일부터 17일까지의 현장 자료를 고증하고, 이에 맞춰 여정 기간과 경로를 세웠다. 퇴계가 귀향 이틀째부터 머물렀던 서울 봉은사에서 다음 달 9일(음력 3월 5일) 개막 행사를 열고, 도보 여정을 시작한다. 이후 광나루∼미음나루(남양주)∼한여울(양평)∼배개나루(여주)∼흔바위나루∼가흥창(충주)∼충청감영∼청풍관아∼단양향교(단양)∼풍기관아터(영주)∼영주두월리∼도산 토계삽골재(안동)∼도산서원으로 이어진다.

오전 8시에 출발해 하루 평균 20km 내외를 이동한다. 매일 걷기 일정이 끝나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이광호 국제퇴계학회장 등의 강연과 창수(唱酬·시나 문장을 지어 화답함) 행사가 이어진다.

‘동방의 주자’로 불린 퇴계는 선조가 즉위한 이듬해인 1568년 7월, 조정이 거듭해서 부르자 고향에서 상경했다. 대제학으로 어린 임금을 보좌했고, 평생의 학문적 공력을 쏟아부어 성리학의 핵심을 응축해 낸 ‘성학십도(聖學十圖)’를 편찬해 선조에게 올렸다. 이후 거듭된 사직 상소 끝에 퇴계는 1569년 3월 4일 일시적 귀향 허락을 받아냈다. 다음 날 바로 길을 나선 퇴계는 임금의 배려로 충주까지 관선(官船)을 이용했고, 이후에는 말을 타고 죽령을 넘어 고향인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했다.

김 원장은 “임금과 고위대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향을 택했던 퇴계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차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보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조선 성리학#퇴계 이황#귀향길 재현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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