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면서도 실용적인 고려의 美… 담백-단아한 조선의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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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고려-조선 공예 특별전

호림박물관 특별전 ‘고려의 디자인Ⅰ 금속공예―빛·소리·향’에서 선보인 ‘철제은입사거울걸이’.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고려의 거울걸이는 10여 개에 불과하다. 호림박물관 제공
호림박물관 특별전 ‘고려의 디자인Ⅰ 금속공예―빛·소리·향’에서 선보인 ‘철제은입사거울걸이’.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고려의 거울걸이는 10여 개에 불과하다. 호림박물관 제공
디자인의 관점에서 고려와 조선시대의 뛰어난 공예품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호림박물관은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특별전 ‘고려의 디자인Ⅰ 금속공예―빛·소리·향’과 ‘조선의 디자인Ⅳ―사각함’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박물관이 소장 중인 고려 금속공예품 60여 점과 조선 사각함(四角函) 40여 점을 공개한다.

고려의 금속공예는 유려한 곡선에 바탕을 둔 섬세한 장식이 특징. 전 세계적으로 현존하는 작품이 10여 개에 불과한 12세기 고려의 ‘철제은입사거울걸이’는 ‘ㅍ’자 모양의 막대 두 개를 서로 연결해 접었다 펼 수 있도록 한 실용성이 돋보인다. 거울걸이의 겉 부분에는 은으로 입힌 문양이 빼곡히 박혀 있어 당대 금속공예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호림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디자인Ⅳ―사각함’에서 공개된 19세기 조선의 목제함. 호림박물관 제공
호림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디자인Ⅳ―사각함’에서 공개된 19세기 조선의 목제함. 호림박물관 제공
고려의 사찰에서 주로 사용한 ‘종’의 다양한 면모도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 ‘청동무인명소종’(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19호)은 빼어난 장식을 자랑하는 용뉴(龍(뉴,유))와 음통(音筒) 등 신라의 양식을 계승한 한국 고유의 종 모습(학명 코리안 벨)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이밖에도 고려의 귀족층이 주로 즐긴 향 문화와 관련된 ‘청동은입사범자문향완’과 ‘청동사자장식향로’ 등 수준 높은 금속공예 작품이 대거 공개된다.

반면 검소한 유교 국가였던 조선은 고려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담백함과 단아한 매력을 자랑한다. 백자와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공예품인 ‘사각함(四角函)’은 도장이나 패물부터 의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널리 사용됐다. 왕실 혹은 왕에게서 하사받은 사대부 집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붉은색 계열의 ‘목제주칠함’과 철갑상어의 가죽을 덧붙인 ‘목제어피문서함’은 당대 최고급 공예품이었다. 무관들이 머리에 착용하던 주립(朱笠)에 꽂은 호수를 보관하던 ‘목제호수함’, 도장을 보관하기 위해 특별하게 만든 ‘목제인장함’ 등 이색적인 함들도 선보인다.

유진현 호림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화려한 예술성과 실용성을 갖춘 고려의 금속공예와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철학을 구현한 조선의 목공예를 동시에 관람하며 우리나라 디자인의 역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00∼8000원. 5월 31일까지.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호림박물관#고려-조선 공예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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