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완전한 비핵화前 신뢰구축 위한 한두번의 ‘조기 수확’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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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난기류]靑, 트럼프 빅딜 방침과 엇박자

동남아시아 3국(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공항을 찾아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동남아시아 3국(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공항을 찾아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북-미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뒤 비핵화 협상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청와대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빅딜(일괄타결)’ 방식에 선을 긋고 나섰다. ‘단계적·점진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북한과 연일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사이의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궤도 이탈을 차단하려 한 것. 하지만 청와대가 비핵화 대화 교착을 풀기 위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미 양측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에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의 호응이 뒤따를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 빅딜, 스몰딜도 아닌 ‘굿 이너프 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에 대해선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비핵화 협상을 해나가는 데 관성적인 대북협상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해 나가고 그 바탕 위에서 스몰딜, 빅딜이 아니라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한 수준의 합의)’로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빅딜’ 대신 영변 핵 폐기에 더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선의 ‘미들딜’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표현한 것.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하노이 합의 무산 이후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라며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빅딜을 압박하고 있는 움직임을 자제해 달라는 문재인 정부 차원의 공개 요청으로 봐야 할 듯하다.

실제로 청와대는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선 한두 번의 조기 수확(early harvest)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조기 수확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목표(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북한에 영변을 포함한 전체 핵시설 폐기는 물론이고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토털 솔루션’을 대신해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2, 3번으로 나눠 합의하는 방식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또 “미국은 (합의 무산으로) 대체로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어떤 면에선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은 60시간 기차여행을 했는데 빈손 귀국한 것에 대해선 국내 정치적 어려움이 있지 않나 추정된다.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결렬에 따른 북-미 손익을 평가하면 북한의 손해가 크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은 충분히 경계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의 궤도 이탈을 방지하고 북-미 협상이 조기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힘 잃은 중재론 대신 촉진자 꺼내 든 靑

이와 함께 청와대는 “남북미 3각 정상 간 구도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으니) 이번엔 남북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라며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을 어떻게 활용할지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지난해 대북 특사 방북을 통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던 것처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촉진하겠다는 것. 이어 “핵 모라토리엄에 대한 변동이 있으면 굉장히 심각한 사태”라며 “미국과 우리는 이 점에 대해 굉장히 주의를 갖고 북한의 태도를 지켜볼 예정이다. 북-미 모두 사실상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어렵다”며 대화 재개에 무게를 실었다.

청와대는 이날 북-미 대화와 관련해 ‘중재’라는 표현을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북-미 대화와 관련해 지금까지 사용했던 중재자 대신 촉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남북 경협에 대해선 속도를 조절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중재자는 절충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뜻이 있는 만큼 국제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미국도 한미 정상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중재를 요청했다’는 청와대의 발표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지훈 기자
#비핵화#트럼프#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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