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불행히도 北 해야할 일 하려하지 않아… 쓸모없는 성명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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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강화 목소리 커지는 美

트럼프 행정부, 다음 수순은?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경수비대 관계자를 대동하고 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행정부, 다음 수순은?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경수비대 관계자를 대동하고 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워싱턴=AP 뉴시스
북-미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 미국 정계가 제재 강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공격견’ 최 부상을 앞세워 ‘강(强) 대 강’으로 받아친 북한에 발끈하는 분위기가 많지만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 시간) 방송된 뉴욕 AM970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과의 핵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한 행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위협을 협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불행히도 북한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어젯밤 그들은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쓸모없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그가 14일 밤(미 동부시간 기준)에 있었던 최 부상의 기자회견을 ‘어젯밤’이라고 지칭한 점을 감안할 때 인터뷰가 15일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 부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자로 비난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강도 같다(gangster-like)는 말은 과거에도 들었지만 그 이후 전문적 협상을 이어왔다”며 차분히 받아넘겼다. 북한의 수사(레토릭)를 파악한 폼페이오 장관이 한결 여유를 갖고 북한을 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15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관리들의 발언은 거의 강탈 수준”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비확산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도 “제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보다 신중한 상황 관리를 주문했다.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본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선희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도발 국면으로 되돌아간다는 신호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태도를 수정하라는 전략적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평양에서 나온 발언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에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와 함께 ‘스몰딜’을 받으라고 미국을 압박하면서 공을 다시 미국으로 넘겼다”고 해석했다.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북-미가 다시 거친 발언으로 돌아갔다’는 최신 기사에서 최 부상과 볼턴 보좌관이 공개 설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공격견(attack dogs)들이 풀려났다”고 진단했다. 북-미 협상에서 한동안 뒤로 물러나 있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선 이유는 양측 모두 내부 강경파를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다음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심각한 도발의 징후라기보다 미국과의 대화를 압박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차분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볼턴#대북제재#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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