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별장 성접대’… 특수강간 입증이 쟁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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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동영상’ 놓고 검-경 마찰… 대검, 이달말 수사 권고 가능성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이달 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이 연루된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 권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이 다시 수사를 하게 되면 두 사람 이상이 합동해서 성폭행을 할 경우 적용되는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 혐의의 입증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쟁점은 2013∼2015년 경찰 한 차례, 검찰 두 차례 수사 당시 경찰은 기소 의견, 검찰은 불기소로 정반대로 판단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특수강간죄의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 시점이 2007년 12월 21일이어서 검찰이 그 시점 이후 범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경찰 이어 검찰도 “김 전 차관 동영상” 인정

별장 성접대 의혹은 2013년 3월 건설업자 윤모 씨를 경찰에 고소한 한 여성이 “김 전 차관 등이 강원 원주시의 한 별장에서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경찰이 확보한 1분 4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한 남성이 여성과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사 초기 노트북에서 재생되는 화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입수한 경찰은 얼마 뒤 휴대전화로 현장을 직접 찍은 원본까지 찾아냈다.

경찰은 윤 씨와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및 불법 동영상 촬영 혐의 피의자로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3, 2015년 두 차례 조사에서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에서 김 전 차관의 성관계 장면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데, 검찰은 ‘영상이 흐릿하다’며 식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다”고 했다. 반면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했다.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강압적인 관계를 시도하는 것은 아니어서 범행을 입증하는 데 주요 증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속 장소가 별장으로 추정됐지만 구체적인 시점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변수였다. 김 전 차관은 검찰에서 “그 시기에 원주에 들른 사실이 없다”며 알리바이를 제출했다고 한다.


○ 피해자의 사건 발생일 진술 바뀌어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내부에선 당시 “김 전 차관을 구속할 각오로 수사하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검찰은 피해 여성 30명을 찾아냈지만 이 가운데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은 3명이었다. 검찰은 A, B, C 씨 등 3명을 특수강간 및 불법 동영상 촬영의 피해자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A 씨는 동영상 속 ‘뒷모습의 단발머리’ 여성이 자신이라는 증거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내지 않았다. 2015년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A 씨는 사건 발생일을 ‘2007년 8∼9월→2007년 12월→2008년 1, 2월’로 번복했다. 검찰은 A 씨가 범행시점을 수사를 받을 당시 불법촬영의 공소시효(7년) 안으로 맞출 목적이었다고 봤다. 범행시점이 공소시효가 늘어난 2007년 12월 21일 이후가 된다면 특수강간 혐의 재수사가 가능하다. B, C 씨는 “강간을 당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A, B, C 씨 등이 범행시점 이후 1∼4년간 건설업자 윤 씨와 만남을 지속한 것도 무혐의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피해여성들을 죽이겠다는 분위기였다고 들었다. 검찰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진술 번복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 모든 과정은 영상 녹화로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 수사 축소·외압 의혹 드러날까

진상조사단은 최근 경찰이 당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3만 건에 달하는 증거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누락한 증거를 검찰이 복원해 낸 것도 불기소 처분의 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성폭력범죄를 입증하는 데 불리한 증거자료를 경찰이 숨겨 다시 포렌식(디지털 저장 매체 복구 및 분석) 작업을 통해 추가로 확보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사건 관련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이른바 ‘기획수사’를 한 정황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나온 진술과 증거는 빠뜨리지 않고 송치했다. 빠뜨렸다면 우리가 잡혀 들어갔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을 통해 김 전 차관 동영상이 근거가 없다고 몰아갔고, 경찰청 윗선을 통해 ‘수사를 더 이상 못하게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외압설을 제기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윤다빈 기자
#성접대#특수강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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