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30년, 우리도 사람이다”…이주노동자 곳곳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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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7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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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 기본권리 보장돼야…정부에 요구”
이주민인권단체 ‘차별금지법’ 촉구

17일 오후 서울 중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기념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17일 오후 서울 중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기념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앞두고 국내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곳곳에서 집회를 열어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역사는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모든 차별을 금지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1966년 UN 총회에서 3월 21일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했다. 이 날은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에서 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며 평화적 집회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에 의해 69명의 시민들이 희생된 사건에서 유래했다. 그 뒤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이 제정되고 세계 각국에서 인종주의에 저항하는 운동도 확대됐다.

네팔 출신의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아직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하는 행위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피부색, 인종, 국적, 성별이 다르다고 차별을 받는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라면서 “한국의 법은 이주노동자보다 사업자의 권리를 강화해주는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은 사망률 30%로 산재율이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6배 높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는 법 제도를 바꿔서 이주노동자들의 희생을 없애야 한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더 이상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미래에 한국을 찾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차별을 물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이주노동자들은 차례로 단상에 올라 임금체불, 산재사고, 성희롱 등 자신들이 당한 부당한 대우를 고발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차별을 멈추라고 촉구하고 있다. © News1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차별을 멈추라고 촉구하고 있다. © News1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주노동자 80여명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라! 이주노동자에 대한 모든 인종차별 중단하라! UN이주노동자 권리 협약 비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는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와 난민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2019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공동행동’이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리스펙트)’ 행사를 열고 “인종차별과 혐오 아웃(OUT)” “차별금지법 제정” 등 구호를 외쳤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참가자들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이슬람사원 연쇄 총격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호주 국적 브렌턴 태런트(28·남)는 이슬람 사원 2곳에서 총기를 난사, 50명의 희생자를 내고 체포됐다.

행사 사회를 맡은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리가쵸 잘리씨(45·여)는 “‘한국에 인종차별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우리가 한국사회에서 겪고 있는 차별에 대해 얘기하고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대하자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공업고 1학년 김민혁 군은 이란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난민 인정을 받았다. 김 군은 이날 행사에서 “‘돈 없어서 난민이다, 가난하냐’라며 비꼬는 사람들에게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어 떳떳하게 생활하고 있다”며 “인종차별 받는 분들, 사회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이런 잘못된 사회 바꾸는 데 힘을 써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기념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17일 오후 서울 중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기념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남양주 ‘샬롬의 집’에서 활동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샐림씨(35·남)는 “왜 손으로 밥 먹는지, 왜 돼지고기 안 먹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고 더럽다고만 한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함부로 말하고 심하면 욕하고 때리기까지 하는 직장동료들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인종차별 경험을 고백했다.

이어 “사장님이 사인을 해줘야만 우리가 일자리를 바꿀 수 있다. 사실상 강제노동”이라며 “사업장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민 외노협 운영위원장은 “UN 인종차별철폐심의기구는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매우 우려한 수준으로 봤다.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인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주노동자를 도구와 노예로 생각한다”며 “국가와 인종과 피부색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인간에 대한 폭력을 당연시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같은 시각 건너편인 종로타워 앞에서는 ‘난민대책 국민행동’이 불법체류자 추방과 차별금지법 제정반대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민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차별금지법 제정반대’ ‘난민법 폐지, 가짜난민 송환하라’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사람이 먼저인가 국민이 먼저인가” “자국민 안전 보장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발언을 마친 뒤 보신각을 시작으로 서울고용노동청을 지나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행진을 하면서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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