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명 총기난사 살해 17분 페북 생중계한 뉴질랜드 테러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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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2곳서 신도들에 총격

슬픔에 잠긴 무슬림 여성 15일(현지 시간) 대형 총격 참사가 발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알 누르
 이슬람 사원 앞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사원에서 약 5km 떨어진 린우드 사원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우월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으로 최소 49명이 숨졌다. 뉴질랜드 방송 TVNZ 화면 캡처
슬픔에 잠긴 무슬림 여성 15일(현지 시간) 대형 총격 참사가 발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알 누르 이슬람 사원 앞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사원에서 약 5km 떨어진 린우드 사원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우월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으로 최소 49명이 숨졌다. 뉴질랜드 방송 TVNZ 화면 캡처
뉴질랜드 도심 한가운데서 역사상 최악의 무슬림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 15일(현지 시간)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총격 참사가 발생해 최소 49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범행 장면을 생중계까지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이날 오후 1시 40분경 크라이스트처치 중심가에 위치한 알 누르 이슬람 사원에 난입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다. 이날은 이슬람교의 예배일이라 사원 내에 약 300명의 신도가 모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예배가 시작된 지 10분 후 검은 옷을 입고 자동소총을 든 용의자가 사원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던 신도들을 향해 약 10분간 총을 쐈다고 전했다.

이후 용의자는 알 누르 사원에서 약 4.8km 떨어진 린우드 이슬람 사원으로 이동해 총격을 가했다. 린우드 사원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했던 파르한 파리즈 씨는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에 “우리는 예배를 할 때 외부 세상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게 관례”라며 “밖에서 총소리가 났지만 사람들은 계속 기도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용의자가 예배당 입구에 도달했을 때에서야 상황을 파악한 신도 약 100명은 겁을 먹고 도망쳤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이크 부시 경찰청장에 따르면 알 누르 사원에서 41명, 린우드 사원에서 7명, 병원에서 1명이 숨졌고 48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 측은 사건 이후 주범 1명과 공범 2명을 붙잡았다. 애초 4명을 체포했으나 1명은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풀어줬다.

▼ 백인 남성 “침입자 공격” 카메라 달린 헬멧 쓰고 촬영

뉴질랜드 총기난사 테러
총격前 트위터에 ‘反이민 선언문’… 경찰, 주범 1명 공범 2명 체포
文대통령 “깊은 애도” 위로서한

총격 주범은 호주 출신의 백인 남성 브렌던 태런트(28)로 알려졌다. 태런트는 백인 이외 인종의 이민제한 정책을 옹호하는 백호주의자로 추정된다. 그는 총격 직전 트위터와 이미지 보드 사이트 ‘8chan’에 올린 74쪽 분량의 ‘반이민 선언문’에서 자신의 신상, 범행 목적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선언문에 “나는 특정한 조직에 속한 사람은 아니지만, 수백만의 유럽인과 민족주의자를 대변한다”며 “백인이 살아 있는 한 ‘침입자’들이 우리의 땅을 가져갈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공격했다”고 범행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년 전부터 테러를 구상하고, 3개월간 장소 선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무슬림은) 가장 눈에 띄고 수가 많은 침입자”라며 “세계에서 가장 먼 곳도 ‘대량 이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뉴질랜드를 범행 장소로 택했다”고 썼다.

태런트로 추정되는 인물은 페이스북에 알 누르 사원을 공격하는 모습을 생방송했다. 헬멧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된 17분 길이의 영상에는 그의 얼굴을 비롯해 차량을 운전해 이슬람 사원으로 이동하는 과정, 트렁크에서 총을 꺼내고 사원에 진입해 사람들을 향해 조준 사격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영상에서 그는 “타깃이 너무 많아 겨냥할 시간도 없었다”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오늘은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암담한 날 중 하루”라며 “명백히 계획된 테러”라고 비판했다. 이어 “극단주의 관점을 가진 자들을 위한 자리는 뉴질랜드에 없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당분간 이슬람 사원의 문을 닫을 것을 권고했다.

이민자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한 국가이며 ‘테러 청정국’으로 여겨져 온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비극에 충격에 빠진 전 세계는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뉴질랜드에서 49명의 무고한 생명이 무분별하게 죽었다”며 “끔찍한 학살을 겪은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보낸다”라고 썼다. 이웃 국가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뉴질랜드에서 테러리스트 공격에 사망한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위로 서한을 보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나와 우리 국민들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위은지 wizi@donga.com / 프놈펜=한상준 기자
#뉴질랜드#무슬림 증오#총기난사 테러#페이스북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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