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4편 연작시로 묶은 존재 탐구의 긴 여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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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서/신승철 지음/136쪽·1만 원·예술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탐구한 기나긴 여정을 4편의 연작 장시(長詩)로 엮었다. 작품별로 짧게는 16쪽, 길게는 36쪽에 이른다. 찰나의 감각에 반응하고, 욕망에 얽매이다가도 그 모든 것을 떨쳐내고 홀연히 떠나는 모습은 구도의 길을 걷는 순례자를 떠올리게 한다.

‘…입을 다문 채,/나에게 조용히 타이르듯 나는 말한다//모든 분별로부터/나는 스스로 내려지게 될 거라고//내 어깨 위에 있던 수고로운 짐도/나와 무관하게 스스로 내려질 거라고’(거울 속에서1)

전생의 기억, 고통의 순간, 자신의 죽음마저도 제3자의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시인의 사유는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거침없이 내달린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고행의 과정 하나하나에 시어가 맺혔다. 집요한 사유의 끝에 시인이 마주한 건 비움을 통한 무(無)인지 모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거울 속에서#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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