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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누리던 GM공장서 7000명이 잘렸다…곤궁한 도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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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누리던 GM공장서 7000명이 잘렸다…곤궁한 도시의 삶

정양환기자 입력 2019-03-15 15:18수정 2019-03-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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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스빌 이야기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이세영 옮김
508쪽·1만8000원·세종서적
삶은 그래도 계속 된다. 하지만 행복도 이어질까.

제인스빌. 미국 위스콘신 주에 있는 조그만 도시. 인구는 겨우 6만 명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시민들은 자긍심이 넘친다. 어디나 그렇듯 크고 작은 문제야 있다. 그래도 안정적이다. 부유하진 않아도 기름기가 흐른다. 대다수는 안락할 노후를, 혹은 근사한 미래를 꿈꿨다.

그런데 폭풍우가 몰아쳤다. 조짐은 진작부터 보였다. 2008년 금융위기를 앞두고 미 자동차산업은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하필, 제인스빌 경제의 근간은 1923년 첫 자동차를 생산한 GM공장이었다. 전성기엔 7000명, 당시에도 3000명 이상이 종사하는. 그 공장이 문을 닫았다.

처음엔 절망보다 낙관이 우세했다. 일시적 중단이려니 싶었다. 그게 아니라도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싶었다. 하지만 부동산은 폭락했고, 제조업 노동자가 갈 곳은 마땅치 않았다. 나름 정부나 지역사회가 애를 쓰긴 했다. 하지만 보조금이나 후원금은 갑자기 텅 빈 월급봉투를 메울 수 없었다. 폭풍이 지나갔다고 끝이 아니었다. 햇볕이 없는 먹구름 아래에서 젖은 옷은 갈수록 무거워졌다. 몇몇에게만 실낱같은 햇빛을 허락한 채.

‘제인스빌…’는 참 조심스러운 책이다. ‘힐빌리의 노래’(흐름출판) 저자 밴스는 “가공되지 않은 아름다운 이야기”라 극찬했는데, 뭔 말 인지 알겠지만 차마 그렇게 부르질 못하겠다. 담담히 박힌 글자 속에 이토록 애잔함이 가득한데 어찌 아름답다고 부를까.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단 뻔한 표현 말고는 달리 떠오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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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저자는 상찬 받아 마땅하다. 2008년 GM 공장이 폐쇄한 뒤 2013년까지 제인스빌이 변해가는 과정을 대단한 필력으로 켜켜이 쌓아올렸다. 뭣보다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에 집중했는데, 이게 상상 이상이다. 사실 기반산업이 무너진 도시의 곤궁함은 꽤나 익숙한 테마다. 제인스빌은 몰라도 거제와 군산은 아니까. 하지만 책은 우리가 가진 정보가 얼마나 파편적이고 피상적인지 잘금잘금 씹어준다. 가슴을 울린 공명을 감히 드러내기도 겸연쩍게.

뭣보다 재난이 휩쓸고 간 뒤 이에 대처하는 자세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절망을 부르짖는 저편에선 희망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초점을 맞춘 사람들은 모두 ‘다시 씨앗을 심는’ 이들이었다. 취업교육을 받고, 살림이나 잠을 줄이고, 싸우고 또 싸웠다. 가진 자들도 외면하지 않았다. 기부하고 지원하고 곁을 지켰다. 각자의 방법에 동의하건 하지 않건, 자신들의 도시를 지키려 애썼다. 하지만 본질은 바로 그 결과에 있었다. 모든 씨앗이 꽃을 피우는 게 아니었다.

“주민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부는 형편이 피고, 일부는 비통해하고, 일부는 그럭저럭 살아간다. …최근에 시행된 조사의 결과를 보면, 실업률은 4% 아래까지 떨어졌다.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실업률이다. …좋은 소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직업을 가진 모든 주민들이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실질 임금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비가 오지 않는 땅은 사막이 되기 쉽다. 하지만 폭우를 견딜 우산이 누구에게나 주어지진 않는다. 게다가 더 큰 아픔은, 비는 또 다시 내린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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