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사 없어 수술 못받는 수술 절벽 10년내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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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잡을 외과-흉부외과 전문의 절반이 50대 이상
2027년까지 2400명 은퇴 릴레이… 신규 전문의 충원 1500명 그칠듯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A 교수(48·이식혈관외과)는 최근 이틀째 집에 가지 못했다. 13일 하루 종일 장기 이식 수술에 매달리다 간신히 짬을 내 저녁을 들기 시작할 즈음 대동맥이 파열된 응급환자가 실려 왔다. 온몸에 환자의 피를 뒤집어쓴 채 밤을 새워 혈관을 잇고 나니 14일 예약된 수술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A 교수가 몸을 혹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령화로 병원의 수술 환자는 늘고 있지만 수술하는 외과 의사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의사들이 고되고 돈이 안 되는 외과 지원을 기피한 결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외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 8299명(2017년 기준) 중 50대 이상이 4554명(54.9%)으로 절반이 넘는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418명(29.1%)으로 가장 많다. 이어 40대(2231명·26.9%), 60대 이상(2136명·25.7%) 순이다. 외과계에선 실제 메스를 잡고 장시간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한선을 통상 60세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6000여 명에 그친다. 2027년에는 2400여 명이 수술실을 떠나고, 2037년에는 4600여 명이 퇴직한다.

반면 빈자리를 메울 젊은 피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외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새로 취득한 의사는 2014년 171명에서 지난해 162명으로 줄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추이를 유지한다고 희망적으로 가정해도 수술 현장에 새로 유입될 의사는 2027년까지 1500여 명, 2037년까지 3200여 명으로 은퇴 예정 의사보다 1000명가량 적다. 의사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수술 절벽’이 10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2017년부터 전공의(레지던트)의 수련 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수술 현장의 일손은 더 부족해졌다. 지방 병원에선 일손 부족이 이미 현실화됐다.

더 큰 문제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각종 외과 수술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 하반기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0∼2017년 간·갑상샘·대장·위·유방·폐암 등 6대 암 수술환자를 집계한 결과 50대 이하는 6만8990명에서 5만6462명으로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은 5만1309명에서 6만871명으로 증가했다. ‘유병장수(有病長壽)’하며 수술을 받는 노인 환자가 늘었고, 그에 따라 외과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의사#외과#흉부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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