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담장 옮겨 안전한 통학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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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등학교 통학환경 개선”

위험천만 대전 서구 도마초 주변 도로에서 승용차 한 대가 하교하는 학생들 옆을 지나고 있다. 위험한 등하교를 예방하기 위해 이 학교 주변에는 올해 안에 차도와 구분되는 통행로가 설치된다. 동아일보DB
위험천만 대전 서구 도마초 주변 도로에서 승용차 한 대가 하교하는 학생들 옆을 지나고 있다. 위험한 등하교를 예방하기 위해 이 학교 주변에는 올해 안에 차도와 구분되는 통행로가 설치된다. 동아일보DB
지난해 경기 안산시 A초교에서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5학년생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초교 앞에는 도로와 인도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도로 폭도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5m에 불과했다. 이처럼 통학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학교가 많다 보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등하교 시간이면 아이들과 차량이 뒤엉켜 너무 걱정된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제대로 된 통학로가 없는 초등학교 주변에 ‘통학로’를 설치한다. 14일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는 ‘안전한 통학환경 개선을 위한 학교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합의했다. ‘통학로’는 학생들이 차와 섞이지 않고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학교 주변 보행로를 뜻한다. 현재 초등학교 3곳 중 1곳은 통학로가 없다. 전국 초등학교 6064곳 중 주변에 인도나 보행로 등 통학로가 아예 없는 학교는 30.3%(1834곳)에 달한다.

통학로가 없다보니 바로 옆에서 차가 지나가는 길로 등교하는 아이들이 각종 사고를 당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435건에 이른다. 이 중 3건은 사망사고였다.

정부는 현재 통학로가 없는 학교 중 848곳(46%)에는 6월까지 통학로를 설치할 방침이다. 도로 폭이 좁거나 공간이 부족해 통학로 설치가 어려운 986곳(54%)은 학교 담장을 학교 쪽으로 옮긴 후 남은 공간에 통학로를 만든다.

일례로 지난해 학교 주변에 보행로가 없어 아이들이 배수구 위를 인도 삼아 등교해 논란이 됐던 대전 서구 도마초는 기존 담장을 학교 안쪽으로 3m 이전해 통학로를 확보하게 된다. 도마초 관계자는 “비가 올 때면 아이들이 배수구에 빠지거나 차에 치이지 않을까 불안했다”며 “공사가 끝나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등하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정문을 비롯해 학교 내부의 보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사업도 이뤄진다. 전국 초중고교 4793곳은 학생과 차량의 동선이 분리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 관악구 C초교 관계자는 “아침마다 교사들 차량과 아이들 차가 섞여 교문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교문 출입구에서부터 차량과 학생의 이동 경로가 구분된다. 주차장과 겹치는 보행로도 주차구역 밖으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통학로 설치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의 공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관리는 지자체, 학교 부지 관리는 교육청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서로 이견이 생기거나 협조가 되지 않으면 통학로 설치공사가 지지부진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B초교 관계자는 “2017년부터 통학로 설치를 추진했는데 담장을 학교 안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교육청이 허가하지 않아 아직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안전이 강화되도록 더 적극적으로 학교 측의 요구를 검토하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김수연 기자
#학교담장#통학#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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