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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 구청 돌봄교실… 밤 8시에도 “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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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 구청 돌봄교실… 밤 8시에도 “까르르”

김예윤 기자 입력 2019-03-15 03:00수정 2019-03-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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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직영 흥인초등학교 가보니
맞벌이 가정 1~3학년 대상 운영… 아이들에게 저녁식사 무료 제공
강사 2명으로 늘려 안전 관리… 중구 “학부모 만족도 높아 확대”
11일 서울 중구가 직영하는 흥인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저녁을 먹은 학생들이 돌봄 전담 강사들과 과학교재를 활용해 로봇을 만들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1일 오후 6시. 여느 초등학교라면 하교시간을 훌쩍 넘어 운동장은 텅 비고 교실은 깜깜하다. 서울 중구 흥인초등학교는 조금 달랐다. 건물 1층 복도가 교실에서 새어 나온 불빛으로 환하다. 알록달록한 교실에서 어린이들 목소리가 들리고 음식 냄새가 난다. 1∼3학년생 10명이 돌봄교실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메뉴는 현미밥과 미역국, 오리고기, 쌈무, 햄·브로콜리볶음.

돌봄교실은 방과 후 맞벌이 가정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보육교실이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보통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하지만 많은 직장은 오후 6시 넘어 끝나다 보니 어렵게 ‘칼퇴근’ 해도 아이들은 2시간가량 시간이 떠버린다. 대부분 학생은 학원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돌봄교실에 남아 있을 수는 있지만 적절한 프로그램은 없고, 자기 아이가 교실에 덩그러니 남는 상황을 반기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오후 8시까지 돌봄교실 저녁반을 수요에 따라 학교가 둘 수 있지만 실제 운영하는 서울시내 초등학교는 전체의 30% 정도다.

흥인초도 지난해까지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오후 8시까지 돌봄교실에서 보호자를 기다릴 수 있다. 돌봄교실 강사도 교실당 2명으로 늘어 강사가 학원에 가는 학생들을 인솔하러 나간 동안 교실에서 방치되는 학생은 없다. 저녁을 먹은 학생들은 오후 7시가 되자 4층 실내 체육실로 갔다. 특기적성 프로그램인 음악줄넘기를 하기 위해서다. 외부 강사를 따라 준비운동을 한 뒤 줄을 받아든 학생들은 활기가 넘쳤다.

이런 변화는 흥인초 돌봄교실 관리와 운영을 올 1월 서울시교육청에서 중구가 협의 끝에 넘겨받으면서 생겼다. 가장 큰 차이는 지원 예산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구는 돌봄교실 운영에 교실당 연 2억3000만 원을 들일 계획이다. 지난해 시교육청에서 흥인초 돌봄교실에 지원한 비용은 연 5000만 원이었다. 예산이 풍부하니 저녁 식사도 케이터링 업체가 준비하고 학생이 1명 남아 있어도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오후 8시까지 예정대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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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보호자와 학생들의 호응은 커지고 있다.

신입생 손자 임숭우 군(7)을 데리러 온 김정태 씨(64·여)는 “치킨집을 하는 아이 엄마아빠가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일하고 나도 다른 식당에서 일한다”며 “유치원 때와는 달리 아이 밥을 학교에서 챙겨주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학년 김수정 양(7)의 엄마 안모 씨(39)도 “직장에서 학교로 올 때까지 아이가 안전하게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날 돌봄교실을 이용한 학생은 79명. 저녁까지 먹은 학생은 10명, 특기적성 프로그램까지 받은 학생은 7명이었다. 3학년 이민재 군(9)은 지난해까지는 중학생 누나가 집에 오는 오후 4시쯤 귀가했다. 이 군은 “집에서는 혼자 게임하거나 공부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구는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고 시교육청과 학교가 합의한다면 관내 모든 초등학교로 구가 직영하는 돌봄교실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예산 부담 때문에 직영 돌봄교실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자치구로 확산되기도 쉽지 않다. 중구 관계자는 “관내 초등학생은 서울 전체 초등학생 42만 여명의 1.2%(5166명)로 학생 수가 적어 구가 운영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대상 학생이 많은 다른 자치구에서는 시교육청의 도움 없이 직접 돌봄교실을 꾸려 나가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돌봄교실#흥인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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