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둔 에르도안-네타냐후… 표심 자극 ‘속보이는 비방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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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집권 도전 네타냐후… “에르도안의 터키, 암울한 독재국”
지방선거 승리 급한 에르도안… “인종차별 네타냐후는 폭군”

이스라엘과 터키 정상이 상대방을 독재자, 폭군, 학살자로 지칭하며 ‘막말’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에도 거친 말싸움을 자주 벌였지만 이번에는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비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는 31일 지방선거를, 이스라엘은 4월 9일 총선을 치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페이스북에 “이스라엘은 모든 국민의 국가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유대민족 국가이고, 오직 유대인만의 국가”라고 적었다.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유대인 정서를 자극해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그는 이번 총선으로 다섯 번째 집권에 도전한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 트위터에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21%는 아랍계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전 선거에서도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며 보수 표심을 모으는 등 정치적인 노림수를 사용했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가 재반격에 나섰다. 그는 13일 “터키 언론인과 판사들이 감옥에 가득한데 터키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농담!”이라고 반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네타냐후! 처신 똑바로 하라. 당신은 일곱 살짜리 팔레스타인 아이를 학살한 폭군”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뇌물,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며 “재판을 받는 이유는 바로 도둑질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이란과 함께 ‘아랍권의 비(非)아랍 3개국’으로 불린다. 두 국가는 오랜 기간 미국의 동맹국으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극도로 경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양국 간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2010년 터키 자원봉사자를 태운 구호 선박 마비 마르마라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해상봉쇄에 나섰을 때 팔레스타인에 구호품을 전달하려고 했다. 이후 이스라엘 해군의 공격으로 터키 활동가 10명이 숨지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외교 단절 사태까지 갔던 양국은 2016년 국교를 정상화했지만 이후에도 사사건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비방전은 ‘선거용 수사’라는 인식 때문인지 외교 단절, 무역 중단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터키의 친(親)쿠르드족 야당이 이스라엘과의 교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을 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이 이런 움직임을 막았다. 터키를 찾는 이스라엘 관광객만 연간 40만 명 이상이며 양국 무역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상당량이 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립은 피하려고 한다. 경제 등 실리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상대방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두 정상이 선거 이후 자연스럽게 막말을 거둘 것이며 서로 그런 뻔한 속내를 읽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올 정도여서 과연 어떤 세련된 방식으로 비방전을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선거#에르도안#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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