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지난해 1778억 적자로 돌아섰다… 7년 연속 흑자행진 마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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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확대로 재정부담
20조 적립금도 2026년엔 바닥… 보험료 대폭 인상 불가피할 듯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2010년 이후 8년 만에 당기 적자를 냈다. 건보 보장 항목을 늘린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여파다. 7년 후인 2026년에는 건보 재정이 고갈돼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보 재정은 수입(62조1159억 원)보다 지출(62조2937억 원)이 많아 1778억 원의 당기 적자를 기록했다. 건보 재정은 2010년 1조2994억 원의 당기 적자를 낸 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줄곧 흑자였다. 건보 적립금은 2010년 1조 원에서 2017년 20조7733억 원으로 계속 늘어났으나 지난해 20조5955억 원으로 줄었다.

건보 적립금 감소는 2017년 문재인 케어 시행 초기부터 예측됐다. 보건복지부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나 2, 3인실 입원비 등 지금까지 비급여 항목에 건보 혜택을 추가로 주면 2022년까지 건보 재정 30조6000억 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건보료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올해 건보료율은 6.46%다. 월급이 100만 원인 직장인은 월 6만4600원(사업주가 절반 부담)을 건보료로 낸다는 뜻이다. 지난해보다 0.22%포인트를 올려 8년 만에 최대 인상률이었다.

하지만 복지부의 계획대로 매년 건보료율을 0.15∼0.26%포인트 올려도 건보 적립금은 2026년 바닥나 1조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막으려면 2027년에 건보료율을 8.33%로 올려야 한다. 현행법상 건보료율 상한은 8%로, 법 개정까지 해야 할 처지다.

치매 환자 돌봄 서비스나 요양원 입소 등에 쓰이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이미 2016년부터 당기 적자다. 지난해에도 수입 6조657억 원, 지출 6조6758억 원으로 6101억 원 적자를 기록해 적립금이 1조3698억 원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장기요양보험료는 건보료의 8.51%로 책정돼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장기요양보험료율도 2027년 10.64%로 올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재정 안정 방안은 건보 의료비를 덜 쓰거나 보험료를 더 걷는 방법뿐이지만 둘 다 쉽지 않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요양기관의 부당 이득금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부당 이득금의 적발 대비 환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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