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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소재 재탕, 삼탕 우려먹는 지상파 ‘사골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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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소재 재탕, 삼탕 우려먹는 지상파 ‘사골 드라마’

신규진 기자 입력 2019-03-13 03:00수정 2019-03-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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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하나뿐인 내편’(위 사진)에서 간 이식 수술 후 의식을 찾은 수일(최수종)을 보고 딸 도란(유이)이 울먹이고 있다. MBC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 마리(박하나)는 성형외과 의사 정원(지현우)의 도움으로 그의 죽은 아내 하경(박한별)의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KBS·MBC 제공
간경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장고래(박성훈)에게 간을 이식해 준 건 철천지원수였다. 강수일(최수종)은 장고래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인물.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강수일은 중태에 빠졌다 극적으로 깨어난다. 누명을 벗고 ‘죽일 놈’에서 ‘은인’이 되는 건 당연한 수순.

17일 종영을 앞둔 KBS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은 10일 방송분에서 시청률 49.4%(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2011년 KBS ‘제빵왕 김탁구’ 이후 8년 만에 시청률 50% 고지를 목전에 둔 것이다. 시청률과는 별개로,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갑자기 극 중 인물이 죽을병에 걸리고, 간 기증이 가능한 사람이 그 많은 혈육 중 하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강수일이냐”는 조롱 섞인 의견이 대다수다.

최근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들이 해묵은 소재를 중복해 쓰는 일이 많아졌다. 페이스오프, 장기 이식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메뉴. 개연성 부족을 신파나 판타지로 메운다는 비판이 일지만 시청률은 고공행진이다.

특히 간 이식은 유행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1월부터 방영 중인 KBS ‘왜그래 풍상씨’는 주인공 이풍상(유준상)의 혹독한 간암 투병기를 그린다. 그는 수십 년간 업어 키운 동생 4명에게 간 기증을 거부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 노양심(이보희)은 간 이식을 약속해 놓고 2000만 원을 챙겨 달아났다. 결국 간을 이식해 주는 건 그를 측은하게 여긴 아내 간분실(신동미). 드라마 내내 이풍상을 벼랑 끝으로 모는 답답한 ‘고구마 전개’에도 시청률은 20%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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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S 드라마 5편 중 간 이식 소재를 다룬 3편을 두고 ‘KBS 3대 별주부전’이라는 별칭마저 붙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KBS는 일주일 내내 간 이식 타령이다” “병명만 조금씩 다르고 자기복제를 한다” 등 비판 글들이 다수 올라온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가 KBS 드라마를 보며 “여기저기서 왜 간 가지고 난리야”라고 외치는 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다.

기증자와 이식 받는 이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을수록 화해의 카타르시스는 커진다. ‘비켜라 운명아’에서 급성 간경변으로 최시우(강태성)는 경영권을 두고 대결 중인 양남진(박윤재)에게 간 이식을 받으며 적에서 친구로 거듭난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원수에게 간을 구걸(?)하는 모습은 혈액형, 신체적 조건이 일치하지 않아도 누구나 간 이식이 가능해진 현대 의학기술을 고려하면 너무 구식이다.

100% 타인 복제가 가능한 완벽한 성형수술도 여전히 재탕, 삼탕되고 있다. “얼굴 가지고 장난치냐”는 분노 서린 시청자의 비판이 나올 정도다. MBC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 극도의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남편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윤마리(박하나)는 성형수술을 결심하고, 서정원(지현우)은 그를 죽은 아내의 얼굴로 바꿔 준다. KBS ‘왼손잡이 아내’에서 오산하(이수경)는 그토록 찾아다닌 남편을 만났지만 ‘페이스오프’가 된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사의 개연성이 떨어질수록 드라마는 극단적, 우연적 소재에 기대게 된다”며 “20∼30년 전 드라마 코드가 여전히 반복되는 것에 대한 드라마 작가들의 작법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사골 드라마#소재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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