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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끊기고 수돗물도 중단… 정치싸움에 신음하는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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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끊기고 수돗물도 중단… 정치싸움에 신음하는 베네수엘라

위은지 기자 입력 2019-03-13 03:00수정 2019-03-1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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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인들 ‘물 찾아 삼만리’ 11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과이레 강변에 모인 시민들이 물통에 하수관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7일 밤 시작돼 이날까지 닷새째 계속되는 대규모 정전 사태는 정수장을 운영하기 어려워 극심한 물 부족 사태까지 초래했다. 시민들은 변기 내릴 물이라도 구하기 위해 하수를 받아가는 실정이다. 카라카스=AP 뉴시스
1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흐르는 과이레 강변.

시민 수십 명이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강으로 하수를 흘려보내는 배수관에 물통을 갖다댔다. 악취가 진동하는 과이레 강물보다 하수의 상태가 더 낫기 때문에 벌어진 풍경이다. 이 물을 식수로 쓸 순 없지만 최소한 변기 물로 사용할 수는 있다. 어른들을 따라온 아이들이 하수에 발을 첨벙거리며 놀자 한 여성이 곧바로 혼냈다. “얘들아, 더러운 물에서 놀면 안 돼! 병에 걸리면 치료할 약이 없단다.”

12일 로이터통신은 “대규모 정전이 닷새째 계속되면서 시민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전기가 끊겨 취수장에서 물을 퍼 올리지 못하게 돼 수돗물 공급마저 끊긴 것이다. 정전 복구가 늦어지며 피해 규모가 커지자 베네수엘라 국회는 11일 회의를 열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심지어 국회의사당도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전기가 끊긴 것은 베네수엘라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난 건 7일 저녁이다. 베네수엘라 전력의 약 80%를 생산하는 구리 수력발전소의 변전소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장 났기 때문이다. 전국 23개 주 가운데 16개 주에 전력 공급이 아예 끊기고 6개 주는 부분 정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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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고장의 원인으로 ‘미국 측의 사이버 공격’을 지목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내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년간 정부가 시설 유지 보수를 소홀히 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정전 이후 정부가 발전소 재가동을 네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아직 재가동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국 혼란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시민들은 정전으로 이중고에 직면했다. 의약품이 부족한 병원에서는 의료기기의 가동마저 중단돼 위급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 VPI TV는 정전 이후 한 대학병원에서 최소 80명의 신생아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학교와 공공기관의 문은 닫혔고 통신, 지하철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국제사회가 보내온 구호품 반입을 막고 있다. 카라카스의 한 시민은 NYT에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순간에 이를 수도 있다”며 절망감을 나타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최악의 정전으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비판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예고했다.

현지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 국무부는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자국 외교관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결정은 베네수엘라의 악화되는 상황과 더불어 주베네수엘라 미국대사관에 외교관이 남으면 미국의 정책에 제약이 된다는 결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의 고삐도 바짝 당기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는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거래한 러시아-베네수엘라 합작은행 에브로파이낸스 모스나르뱅크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베네수엘라#마두로#정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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