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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빵은 되는데 라테는 왜 못파나”… 고구마 삼킨 것 같은 규제 답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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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빵은 되는데 라테는 왜 못파나”… 고구마 삼킨 것 같은 규제 답답증

염희진 기자 입력 2019-03-13 03:00수정 2019-03-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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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옴부즈만 13일 규제 토론회

“고구마빵은 판매할 수 있는데 고구마라테를 파는 건 왜 안 되나요?”

인천 강화군에서 영농조합법인 팜테크를 운영하는 김도영 대표(54)는 12일 답답함을 호소했다. 2008년부터 고구마를 재배해온 김 대표는 2014년부터 별도 농가공시설에서 제조한 고구마빵을 고구마와 함께 판매해 오고 있다. 김 대표는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공시설 안에 고구마라테나 고구마수프 등을 만들어 파는 농산물 카페를 운영하려 했지만 ‘규제의 벽’에 부딪혔다. 현행 농지법에 있는 ‘농업진흥구역에서는 농업 생산 또는 농지 개량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토지 이용 행위를 금지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김 대표는 농산물 카페를 실현시키기 위해 2년 넘게 농림축산식품부와 강화군청 등을 다니며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공짜로 고구마라테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조공장을 갖춰 고구마라테를 별도 패키지에 담아 제품 형태로 판매하는 것은 괜찮다”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들뿐이었다.


▼2년넘게 정부-지자체 노크했지만 허사… 해결 못한채 쌓인 해묵은 규제 1500건▼



김 대표는 “외국에서는 포도농장(와이너리)에서 포도의 숙성과 가공 과정 견학은 물론이고 와인 시음 및 판매가 이뤄지는데 우리 정부는 이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농업을 단순 농산물 생산업이 아니라 제조가공, 유통, 체험관광까지 어우러진 ‘6차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부가 이런 규제를 그대로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농림부는 이에 대해 “농업진흥지역 내 휴게음식점은 농업과 상관없는 시설이어서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규제는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늘 생기기 마련이다. 낡은 규제를 접수해 각 부처에 개선을 건의하는 기관인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지난해 1년 동안 430건의 민생 규제를 해결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규제는 1500여 건으로 3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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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 것도 소비자의 편익과 국내 콘택트렌즈 산업의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로 꼽힌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입하는 마당에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못 하도록 한 것은 시대 흐름에 한참 뒤떨어지는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미국과 호주 등 해외에서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면 관련 산업이 커지고 새로운 온라인 판매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어 국내 안경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경을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하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피파커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규제학회는 “렌즈를 처음 착용할 때는 안과 의사나 안경사를 통해야 하지만 이후 렌즈를 구매하는 것은 단순한 반복 행위로 통신판매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며 “금지의 명분과 실익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국민건강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의 유기질 비료 제조업체인 흙살림도 비료 원료의 배합 비율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비료관리법에 따르면 비료업자는 비료 포장지에 배합 비율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표기를 안 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배합 비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퇴비는 오랜 시간 발효를 거치기 때문에 수분 함량 등 성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초기 배합 비율을 포장 단계까지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비료업계의 주장이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사료관리법에도 원료 투입 비율을 표기해야 할 의무는 없다.

비료업계에서는 “식품과 사료에도 이런 규정이 없는데 왜 비료에만 까다로운 규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흙살림의 윤성희 전무는 “농림부에 여러 번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농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며 3년 넘게 시간만 끌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은 1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볼룸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묵은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회를 연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정부-지자체 규제#중소기업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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