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9명 숨져… 슬픔에 잠긴 유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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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케냐에 사무소 운영… 평소 두 나라 오가는 직원들 많아
2분 지각해 목숨 건진 남성도

11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비쇼프투 지역 
인근에서 구조대원들이 산산조각 난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에티오피아 항공당국은 이날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승객 149명, 승무원 8명을 태웠던 이 여객기는 전날 아디스아바바에서 이륙한 지 6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아디스아바바=AP 뉴시스
11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비쇼프투 지역 인근에서 구조대원들이 산산조각 난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에티오피아 항공당국은 이날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승객 149명, 승무원 8명을 태웠던 이 여객기는 전날 아디스아바바에서 이륙한 지 6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아디스아바바=AP 뉴시스
이륙 직후 추락해 157명 전원이 숨진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에는 유엔 직원이 최소 19명 이상 탑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AP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비토리누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유엔 산하기관 8곳에 소속된 직원 19명이 이번 사고로 숨졌다”며 “비극적인 사망 소식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케냐 나이로비를 오가는 항공편은 평소 유엔 직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항로이다. 1996년 나이로비에 유엔 사무국이 설치됐고 아디스아바바에도 식량농업기구(FAO) 등 유엔 관련 사무소가 많아지면서 두 도시를 다니는 항공편은 ‘유엔 셔틀’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사고 항공기인 보잉 737-맥스8 여객기에는 세계식량계획(WFP), 유엔난민기구, IOM 등의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WFP 직원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유엔 나이로비사무국 직원 6명도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11일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유엔 환경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회의는 약 5000명의 전문가가 모여 국제 환경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번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 여객기를 2분 차로 놓쳐 목숨을 건진 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11일 AFP에 따르면 그리스 남성 안토니스 마브로풀로스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이로비행 티켓 사진과 함께 ‘나의 행운의 날’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비영리단체인 국제폐기물협회(ISWA) 대표인 그는 다른 유엔 직원들처럼 유엔 환경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러나 그는 탑승 시간에 늦어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158번째 희생자’가 될 위기를 가까스로 피했다.

마브로풀로스 씨는 “아무도 내가 정시에 비행기에 탈 수 있도록 돕지 않았다. 당시엔 매우 화가 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음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했지만 공항 직원들은 사고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은 유일한 승객인 그를 조사하기 위해 공항경찰대로 안내했다. 그는 “직원들이 화내지 말고 그저 신께 감사하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사고 비행기를 놓친 유일한 승객이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유엔 직원#케냐#보잉 737-맥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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