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차게 장벽예산 들이미는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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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장악 하원 통과 어려운데 또 86억 달러로 늘려 제출할듯
대선 대비한 지지자 결집 포석… 펠로시 “의회는 이미 반대” 일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을 놓고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의 전쟁을 또 예고했다. 이에 따라 두 달 만에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2020년 대통령선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백악관과 민주당의 기 싸움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 1일∼2020년 9월 30일) 예산안 제출 때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86억 달러(약 9조8000억 원)의 예산을 요청할 것이라고 10일 보도했다. 2년간 의회가 국경장벽에 배정했던 예산의 무려 6배에 달한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 당시 요구했던 80억 달러보다도 6억 달러가 많다. 이 예산안은 9월 30일까지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의회는 이미 국경장벽 예산을 반대했다. 대통령이 다시 장벽 예산 증가를 시도하면 똑같은 양상이 반복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이번 예산안이 민주당에서 장악한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무리한 예산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국경장벽 카드를 2020년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보 사안에 불을 붙여 공화당 지지자를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의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권자들에게 ‘나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하기 위해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예산 확보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점쳤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캠프의 2016년 대선공약이 ‘국경장벽 건설’이었다면 2020년 구호는 ‘국경장벽 건설 완료’”라며 재선을 위해서라도 국경장벽 건설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의 측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벽과 국경안보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며 국경지대에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대통령을 두둔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트럼프#국경장벽 예산#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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