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도 사랑한 ‘포르테피아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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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주의 시대 초기 피아노, 소리 선명하고 울림 짧은 편
“작곡 의도 정확히 알 수 있어”

모차르트 시대 악기장인 슈타인의 악기를 재현한 1985년산 포르테피아노. 저음과 고음 부분의 현이 평행하게 걸려 있으며 현을 지탱하는 금속 프레임이 없다. 토미하프시코드 제공
모차르트 시대 악기장인 슈타인의 악기를 재현한 1985년산 포르테피아노. 저음과 고음 부분의 현이 평행하게 걸려 있으며 현을 지탱하는 금속 프레임이 없다. 토미하프시코드 제공
8일 저녁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역 부근의 한 카페. 음악 팬 30여 명이 피아노처럼 보이는 고풍스러운 악기 주변에 모여 앉았다. 조율을 마친 악기로 간단한 음계가 연주되기 시작하자 지켜보던 이들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흔히 듣는 피아노 소리 같으면서도 어딘가 소박하게 들리는 이 악기는 옛 시대의 피아노인 ‘포르테피아노’였다.

이날 행사는 옛 건반악기 수입 및 대여업체 토미하프시코드가 주최한 포르테피아노 시연회. 모차르트 시대의 유명 피아노 제작자 요한 안드레아스 슈타인(1728∼1792)의 악기를 복제한 1985년산 포르테피아노가 주인공이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슈타인의 악기는 어느 건반을 치든 고른 소리가 난다’며 격찬한 바 있다.

시연회에서는 구민수 토미하프시코드 대표가 포르테피아노와 슈타인 악기의 특징을 설명한 뒤 피아니스트 이은지가 하이든과 모차르트, 디아벨리 등의 피아노 작품을 연주했다. 이어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영과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7번 협연이 이어졌다.

연주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번갈아 악기를 연주해보거나 관찰하면서 현대 피아노와의 차이를 음미했다. 무릎으로 페달 조작을 하는 등의 특징도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인터넷 클래식 카페 ‘슈만과 클라라’ 운영자인 전상헌 씨가 가져온 포르테피아노 도록을 살펴보며 시대별 악기의 특징에 대해 대화에 열중하기도 했다.

포르테피아노는 1700년경 이탈리아의 악기장인 크리스토포리가 피아노를 발명한 뒤부터 대체로 19세기 초 베토벤 시대까지의 피아노를 뜻한다. 전 씨는 “소리가 길게 지속되는 현대 피아노와 달리, 특히 슈타인 악기 같은 빈(Wien) 식 포르테피아노는 소리가 선명하게 시작돼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음표 사이의 간격을 다양한 뉘앙스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의 피아노 음악을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한 음반들이 소개되면서 이 악기들의 소리는 국내 음악팬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국내 무대에 포르테피아노가 등장하는 일은 아직 흔치 않다. 구 대표는 “피아노의 조상인 하프시코드가 국내에 수백 대 보급된 데 비해 초기 피아노인 포르테피아노는 아직 10여 대에 불과하다. 연주회장이나 단체가 보유한 것은 없고 모두 개인 소장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 씨는 “옛 악기의 소리를 알면 그 시대에 활동한 작곡가의 의도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음악팬들이 포르테피아노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 고전주의 시대 건반음악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포르테 피아노#요한 안드레아스 슈타인#토미하프시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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