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디자인하고, 디자인이 도시를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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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싱가포르 디자인 위크’ 참관기

9일부터 12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리는 싱가포르 국제 가구 박람회(IFFS)에 참가한 네덜란드 가구 브랜드 ‘Woven+’의 부스 전경. 갈수록 덥고 습해지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나무를 활용한 라탄 소재 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싱가포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9일부터 12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리는 싱가포르 국제 가구 박람회(IFFS)에 참가한 네덜란드 가구 브랜드 ‘Woven+’의 부스 전경. 갈수록 덥고 습해지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나무를 활용한 라탄 소재 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싱가포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20년 핀란드에서 무지(무인양품)가 만든 자동주행 셔틀버스 ‘가차’가 운행될 예정입니다.”

더 리츠칼턴 밀레니아 싱가포르 호텔에서 7일 열린 ‘브레인스톰 디자인 2019’. 각국 기업인 40여 명을 초청한 이날 행사에서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지가 대중교통 사업에 진출한 계기를 밝혔다. 행사는 싱가포르 디자인청(DSG)이 주관하는 ‘2019 싱가포르 디자인 위크’의 일환으로 열렸다. 4일 개막한 디자인 위크는 세계 디자인 산업을 소개하는 다양한 행사로 구성돼 17일까지 열린다.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해 올해로 6회째를 맞는다.


○ 젊은 디자이너 밀어주는 ´싱가플루럴´

국립디자인센터에서는 싱가포르 가구산업협회(SFIC)가 주최하는 디자인 전시 ‘싱가플루럴’이 열렸다. 젊은 디자이너와 기성 업체를 연결시켜서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도록 하는 컬래버레이션 전시다. 젊은 건축가 롄시안유와 인도네시아의 대리석 업체가 협업해 만든 소라 모양의 테이블 ‘그레이스풀 피그’ 등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건축가가 피보나치수열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작한 것으로 고객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당장의 실용성이나 판매에 집중하려는 기성 업체와 젊은 디자이너의 연결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 싱가플루럴 전시의 의도다.

마크 융 가구산업협회장은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 사람들은 점점 늙어가고, 공간은 작아진다”며 “이 밖에 많은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업도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에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창의성의 원천, 디자인이 미래 먹거리

무지에서 개발 예정인 자동주행 셔틀버스 ‘가차’(사진 위), 거리 축제 ‘스트리트 오브 클랜스’에 등장한 중국 전통 의상 모양의 디자인. 싱가포르=김민 기자 kimmin@donga.com·MUJI 제공
무지에서 개발 예정인 자동주행 셔틀버스 ‘가차’(사진 위), 거리 축제 ‘스트리트 오브 클랜스’에 등장한 중국 전통 의상 모양의 디자인. 싱가포르=김민 기자 kimmin@donga.com·MUJI 제공
싱가포르 정부는 기존 정보소통예술부(MICA)에 소속됐던 디자인청을 4월 경제개발부(EDB)로 이관한다. 마크 위 디자인청 전무는 “2019년부터 디자인을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경제적인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온라인에 수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지금은 단순한 정보 제공보다 매력적 어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2025년까지 디자인을 통해 산업을 변화시키는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그는 “과거 싱가포르가 투자 주도형 발전을 이룩했다면 이제는 ‘혁신 주도형’ 발전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무지의 ‘노 에이지, 노 젠더’ 전략

앞서 가구나 생필품을 판매해 온 무지가 대중교통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은 파격이었다. 지난해 셔틀버스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을 때도 화제가 됐다. 그런데 ‘브레인스톰’ 연사로 참석한 마쓰자키 사토루 료힌케이카쿠(무지의 모회사) 대표는 “지금까지 일상의 기본이 되는 제품만을 만들어온 무지 철학의 연장선”이라며 “세계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대중교통과 자동주행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쓰자키 대표는 그간 무지가 ‘고객의 자유’에 집중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고객의 직업이나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최소한의 필요만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고객의 자유에 맡긴다”고 했다. 또 “우리는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제품이 목표”라며 “그것이 오히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그가 발표한 주제도 ‘단순함을 판매하다’였다.

싱가포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19 싱가포르 디자인 위크#무인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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