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김대리, 내일은 출근 말고 자기계발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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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회장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 미래의 고객… 문화차이 수용해야”
한달에 한번 ‘오피스 프리데이’ 주고 사원들이 여행 기획 ‘청춘투어’ 시행

11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직원들이 4월부터 도입되는 심리진단 도구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미리 진행하고 있는 모습. 현대백화점은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을 겨냥해 다양한 소통 및 워라밸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11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직원들이 4월부터 도입되는 심리진단 도구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미리 진행하고 있는 모습. 현대백화점은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을 겨냥해 다양한 소통 및 워라밸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위한 조직문화를 만들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이 밀레니얼 세대 직원의 특성을 반영한 조직문화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직원들 스스로 체험해 보고 싶은 콘텐츠를 결정해 자기계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피스 프리데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임원을 제외한 사원에서 부장급 직원 1460명이 대상이다. 현대백화점은 사원들이 스스로 여행을 기획하는 ‘청춘투어’와 전 직원 대상의 심리진단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현대백화점의 이 같은 변화는 젊은 직원들의 업무환경 개선이 곧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끈다는 경영진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밀레니얼 세대 직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치관 차이를 비롯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미래의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문화적 차이를 끌어안고 수용해야 한다”며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문화뿐만 아니라 미래 고객들의 니즈에 대응하는 방법도 모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재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은 전체 임직원의 약 60%를 차지한다. 현재는 이들 대부분이 담당급(사원·대리)이지만 5년 후에는 관리자(과장·차장)급의 30%를 넘는 ‘허리’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밀레니얼 직원들의 요구와 회사의 방향을 일치시켜 새로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 방침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오피스 프리데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4월부터 사원 이상을 대상으로 도입하는 ‘청춘투어’는 직원 스스로 국내외 명소와 여행 코스를 직접 설계하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하는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을 혼합한 방식의 여행 프로그램이다. 투어당 최대 6명이 참여할 수 있다. 회사는 코스별로 최대 300만 원의 여행경비를 지원한다. 15일까지 지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특색 있는 일본 음식점 8곳을 방문해 운영 노하우 알아보기’ ‘일본 우동의 고향 사누키 지역 체험 여행’ 등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현대백화점은 4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심리진단 프로그램인 ‘에니어그램’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성별 나이 소속 직급이 아닌 직원 개개인의 성향을 토대로 직원을 이해해 보자는 일종의 ‘소통 실험’인 셈이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을 9가지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로 디즈니 삼성 등 국내외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심리진단 도구다. 현대백화점은 ‘에니어그램’을 바탕으로 도출된 9가지 성격 유형을 사내 커뮤니티와 메신저에 공개하고 유형별로 성격 특성과 소통 방법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정민 현대백화점 인사담당 상무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 주고 업무를 주도하고 몰입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개성과 성향을 포용해 잠재력과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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