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방위비 분담금, 1년 연장 않고 총액부터 원점서 협상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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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안보]한미, 이르면 내달 본격 협상 개시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8일 정식 서명한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액(1조389억 원)을 한미 양측의 서면 합의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1+1’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분담금 총액부터 원점에서 새롭게 협의해야 하는 11차 협상 개시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 총액부터 원점에서 다시 협상할 듯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0일 “다음 달 초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고 발효되면 곧바로 차기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차 협상팀의 규모는 물론이고 협상 개최 시기나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차 협상팀을 진두지휘했던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물러나고 신임 협상특별대표가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티머시 베츠 협상대표의 대표직을 연장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협상 개시는 두 정부가 새 협상팀을 언제 꾸리느냐에 따라 한두 달 순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협상의 핵심 쟁점은 우리가 내야 할 분담금 총액이다. 미국의 끈질긴 증액 요구와 정부의 반발로 11개월의 진통 끝에 10차 분담금을 겨우 정했지만 미국은 벌써부터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수준에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향후 동맹국들에 전체 미군 주둔 비용보다 50% 증액된 금액을 부담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했다고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주둔비용 플러스 50’이라고 부르는 공식은 그가 참모들과 사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최대의 청구(maximum billing)’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 공식 정책 제안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 당국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둔비용+50’ 공식은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WP는 “내년에는 한국이 ‘주둔비용+50’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청구’ 전략에 부딪힐 첫 번째 동맹국으로 한국을 꼽았다.

‘주둔비용+50’ 공식을 적용하면 현재 우리 정부의 분담액이 대략 전체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으로 추산되는 만큼 1조389억 원에서 2배인 전체 비용에 또다시 1.5배를 곱한 3조1167억 원짜리 청구서를 받아 들 수 있다.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관한 워싱턴 풍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새 협상을 앞두고 검토(review)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전체 주둔 비용의 150%를 협상 출발점으로 삼게 되면 깎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11차 협상이 또 올해 말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막판에 1조389억 원의 1년 연장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건 워싱턴 기류와는 무관한 희망이 담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 요구

일단 11차 협상이 개시되면 미국이 내놓을 분담금 총액을 깎을 수 있는 촘촘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중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차 협상 과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우리에게 일부 부담하게 하려고 이 항목을 신설하려 했다가 철회했다. 정부가 “미군 주둔경비를 분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다”며 강경하게 반대한 결과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으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하지만 올해 독수리훈련처럼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을 전개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이 폐지 및 축소된 만큼 전략자산 전개에 따른 ‘별도 추가 비용’을 또다시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준비와 불안한 북-미 관계도 분담금 증액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증액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

한편 미 행정부는 11일 7500억 달러(약 852조7500억 원)에 달하는 2020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공개한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여기에는 기본방위예산(5440억 달러)과 해외 비상운영예산(1640억 달러), 국경장벽 건설 등 긴급자금(90억 달러)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국방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4.5% 늘어난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방위비#외교#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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