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르노삼성 노사, 통 큰 타협해 군산 GM 전철 밟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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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 합의에 실패했다. 노사는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정한 시한인 8일까지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끝내 타협을 하지 못했다. 사측이 보상금 지급과 인력 충원 등을 수정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기본급을 인상하고 전환배치에 대한 인사경영권을 협의에서 합의로 바꿀 것 등을 요구해 결렬됐다.

부산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르노삼성은 2017년까지 3년간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하며 자동차업계에서 보기 드문 모범적 노사관계를 자랑했다. 그러다 최근 판매 부진과 노사 대립이 불거지며 사상 최장 파업까지 가게 된 것은 안타깝다.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42차례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 때문에 1780억 원가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부산 경남의 협력사들은 공장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고 1100억 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르노삼성의 1차 협력사는 전국에 260여 개이고 2, 3차 협력사 직원과 가족을 합하면 10만여 명에 달한다.

노사가 대립을 계속하기엔 무엇보다 시기가 좋지 않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지난달부터 내년도 글로벌 생산물량 배분을 위한 사업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48%를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이 9월에 끝나는데, 그때까지 새로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고 인력 감축까지 예상된다. 자칫하면 한국GM의 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큰 피해를 입은 전북 군산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자동차산업에 100여 년 만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의 한국 자동차업계의 ‘고비용 저생산성’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는 세계 46개 르노그룹 공장 가운데 프랑스 2개 공장 다음으로 높고, 일본 규슈 공장보다 20%나 높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측이 민노총과 공동투쟁을 선언하며 인사 합의까지 요구해서는 안 된다. 회사 측도 거액의 배당금과 기술사용료만 챙기고 지역사회와 직원들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기 바란다. 르노삼성 노사는 이제라도 통 큰 타협을 해야 한다.
#르노삼성자동차#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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