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겹친 靑 ‘빠른 국정성과’ 주문… 黨은 ‘총선 앞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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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3·8 개각]文정부 출범후 최대규모 개각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시에라리온 등 6개국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의미로, 모두가 한반도 평화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시에라리온 등 6개국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의미로, 모두가 한반도 평화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개각의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1월 9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취임 일성으로 “성과를 내는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고 한 것과도 닿아 있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는 계속해서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민생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남북 관계마저 ‘하노이 노딜’로 시계 제로의 상태로 접어든 상황에서 성과 없이는 집권 3년 차의 국정 동력 확보는 물론 내년 총선 구도를 짜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전문가 교체 투입으로 ‘빠른 성과’ 채찍질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의 개각을 단행한 것은 내각의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정통 관료, 교수 출신 등 전문가들을 대거 등용한 것은 ‘빠른 성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해당 부처에서 오래 근무한 정통 관료라 별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 없다”고 했다. ‘친정’으로 돌아가는 만큼 곧바로 부처 현안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사 때마다 지적되던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번에 발탁된 장관 후보자들은 이미 각자 맞춤형 숙제를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동호 KAIST 교수는 “5G, 데이터 인프라, 인공지능(AI), 바이오, 수소경제, 자율주행 인프라 등 미래 유망 분야에 대한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혁신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상선 1등 항해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문성혁 세계해사대 교수를 해양수산부 수장으로 발탁한 것도 “위기에 처한 해운업의 활로를 열어 달라”는 청와대의 뜻이 담긴 인사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김연철 통일연구원장도 문 대통령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를 실천할 인물이란 평가다.

각 부처의 성과를 채근하기 위한 청와대의 독려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발탁된 장관 후보자 상당수가 문 대통령과 호흡을 처음 맞춰 본다는 점에서 각 장관의 문 대통령 대면보고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은 벌써 총선 체제 시동

이번 개각의 또 다른 포인트는 여권 전반을 내년 총선 체제로 조기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전직 청와대 참모들에 이어 이번 개각으로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장관 등 의원 출신 장관들도 당으로 복귀하게 됐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의 당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 “총선 승리를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인적 자원을 당으로 보낸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여기에 과거 비문(비문재인) 진영에 섰던 진영, 박영선 의원을 각각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것도 여당 총선 전략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라는 문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이다.

관건은 당이 청와대의 기대처럼 움직일지 여부다. 당장 5월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이 총선 공천 전쟁의 서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지만, 당장 내년 총선에서의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과 이합집산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에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김태년 의원, 비문 진영의 노웅래 의원, 86그룹의 이인영 의원이 이미 출사표를 냈다.

4선의 진 후보자와 박 후보자가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한 만큼 ‘중진 물갈이’의 흐름도 변수다. 여권 관계자는 “두 후보자에 이어 이해찬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총선 승리를 명분으로 한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중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정부#개각#더불어민주당#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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