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관 7명 교체, ‘청와대 내각’ 탈피하는 전환점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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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7개 부처 장관과 2개 부처 차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조각(組閣) 때 기용됐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해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그 자리엔 관료와 학자 출신들이 중용됐다. 현역 의원은 4선의 진영, 박영선 의원 2명이다. 진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2022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박 의원도 이번에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내년 총선 진용을 만들기 위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을 교체한 데 이어 내각도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에선 친문(親文) 코드 색채가 엷어졌지만 쇄신이나 파격적 발탁 인사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다. 현역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관련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전문성이 고려됐다. 이 중에서 통일부 장관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발탁한 것은 하노이 핵담판 결렬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조명균 장관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남북관계를 다뤄온 반면 김 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청와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의 선순환 사이클을 기대하며 인선했겠지만 ‘제재 무용론자’ 발탁은 오히려 한미 불협화음만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청와대 내각’이란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하는데 당청은 내년 총선에 명운을 걸고 있고 청와대의 국정 통제는 여전해 보인다. 이런 청와대에 맞서 소신껏 부처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갖춘 인물 기용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청와대의 입김이 강해질수록 일선 장관들은 청와대 눈치만 살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장관들이 현장에 밀착해 소신 행정을 펴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통령 임기 중반인 3년 차가 되면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은 더 심해진다. 정치인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처 장악력이 떨어지는 관료나 학자 출신 장관들이 넘어야 할 큰 벽이다.
#청와대#개각#진영#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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