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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인 경유차 손 못대고… 야외에 공기정화기 달겠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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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인 경유차 손 못대고… 야외에 공기정화기 달겠다는 정부

강은지 기자 입력 2019-03-08 03:00수정 2019-03-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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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재난]환경부 미세먼지 대책 실효성 논란

지난 일주일간 한반도를 뒤덮은 최악의 미세먼지가 서서히 걷히면서 온 국민을 신음하게 했던 비상상황이 일단락되고 있다. 하지만 획기적인 대책이 즉각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곧 밀어닥칠 수도 있는 미세먼지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7일부터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시작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여러 대책을 쏟아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환경부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장기간 발령할 경우 차량운행 제한 대상을 현행 배기가스 5등급에서 4등급으로 확대하거나, 민간부문 차량 2부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배기가스 5등급 차량 제한조차 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단속할 폐쇄회로(CC)TV가 없어 이 제도를 시행 중인 서울 이외에는 당장 실현되기가 어렵다. 부산과 광주 등 8개 도시는 상반기 중에 조례 마련 계획을 밝혔고 다른 도시들은 미정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를 흡입해 정화하는 공기정화기를 옥상 등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면 미세먼지가 저감될 것”이라며 “한국형 공기정화기가 정착되면 수출도 가능한 새로운 공기산업이 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정용원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물고기가 많은 어장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 망망대해에 퍼진 물고기를 잡겠다는 비효율적인 방안”이라며 “차라리 사업장 배출 시설을 더 정밀하게 감시하고 관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경부는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최대 80%로 제한하는 대상을 40기에서 60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발전소는 전국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요인 중 3위(15%)에 해당한다. 전국에서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요인인 ‘사업장’(38%)과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 요인 1위(22%)인 ‘노후 경유차’에 대한 관리 및 감축이 더디다면서 석탄발전소 가동 제한 방침을 꺼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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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대책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고농도일 때만 가동을 줄일 게 아니라 석탄 발전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을 줄일 경우 예상되는 전기료 인상에 대해선 “우리나라 가정용 및 농업용 전기는 이미 원가 이하여서 가격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며 “제도적으로 석탄 발전의 허용총량을 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경유차 퇴출 로드맵이 빠진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경유차는 2018년 한 해에만 전년보다 35만3000대가 증가해 국내 차량 비중의 42.8%(993만 대)에 이르렀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거나 퇴출시키고 있는 선진국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는 경유차의 현격한 감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환경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 경유차만 퇴출하겠다는 방안만 내놓은 상태다.

경유차를 줄이려면 경유세 인상은 필수다.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가 미지수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경유차 배기가스는 길을 다니는 어린아이들이 직접 들이마실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줄여야 한다”며 “경유 가격 인상은 미세먼지 저감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경유 가격이 100일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경유 가격은 113.91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실효성이 큰 경유세와 전기요금 인상, 차량 2부제 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지지율 하락이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경유차가 1000만 대에 달하는데 그 유권자를 생각하면 입이 떨어지겠느냐”며 “그래도 미세먼지 사태를 해결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거셀 때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경유차#공기정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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