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성-권순일 前現 대법관 제외… 검찰 “기소 범위 최소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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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고위법관 10명 추가기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는 등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은 점을 감안해서 오늘 기소 범위는 최소화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8) 등 전·현직 고위법관 10명을 재판 개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직후 이렇게 밝혔다. 또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넘게 수사한 결과 범죄의 중대성과 적극적 가담 여부, 진상 규명에 기여한 정도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기소 대상자를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 전·현직 대법관 불기소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을 각각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65)과 권순일 대법관(60)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는 차 전 대법관이 2013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했고, 권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 전 대법관과 권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보고 라인이었던 것은 분명하나 범행이 구체화하고 본격화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퇴직하거나 보직 이동 등으로 범행에서 이탈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윗선의 지시를 받고 사법행정권 남용에 수동적으로 가담한 정다주(43) 박상언 부장판사(42) 등 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모두 불기소했다.

○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재판 정보 유출”

이 전 실장의 공소장에는 옛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소속 박선숙, 김수민 의원의 선거비용 리베이트 의혹 사건 재판 정보를 유출하기 위해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가 포함됐다. 박, 김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광고업체로부터 리베이트 2억여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2016년 8월 기소됐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당시 이 전 실장은 2016년 11월 서울서부지법 판사에게 연락해 박, 김 의원에 대해 “피고인 측 변명이 완전히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해 국민의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이 전 실장의 묵비권 행사로 어려움이 있지만 검찰은 청탁한 국회의원이 누군지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재판 청탁 의혹 등에 연루된 여야 정치인들의 기소 여부를 올 상반기 내에 결정할 방침이다.

○ 성창호 부장판사 등 영장전담 2명 기소

검찰은 ‘댓글 여론 조작’ 공모 등의 혐의로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를 법정 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47) 등 전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등 수사 기밀을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4)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부장판사로부터 기밀을 전달받은 법원행정처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법관과 가족 등 31명의 명단을 불법 수집해 영장전담 재판부에 전달하면서 영장발부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성 부장판사는 당시 법관 가족의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이 이 사건 수사의 마지막이라고 이해하지 말라”며 “필요한 부분 수사는 계속할 것이고 추가 기소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사법농단#고위법관#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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