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철수의 ‘핸드 드립’ 커피기술도 자산이 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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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입장서 본 무형자산의 조건
식별 가능-통제 가능성-미래 이익… 3가지 모두 충족돼야 인정받아

철수에게는 ‘핸드 드립’ 커피를 잘 내린다는 자부심이 있다. 카페를 열기 전 우연히 유명한 전문가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들을 모아놓고 그동안 갈고닦은 핸드 드립 커피를 자랑할 일이 생겼다. 철수의 커피를 맛본 친구들은 여기저기서 맛있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누군가 철수에게 이 기술이 얼마냐고 물었다. 순간 으쓱해진 철수는 한 1억 원 정도 되지 않겠냐며 농담을 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회계적으로 볼 때 철수의 핸드 드립 기술은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분위기에 초를 쳤다. 순간 철수는 자신의 기술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없고, 이 때문에 가끔 매출이 발생하는데 정말 자산으로서 가치가 없는지 궁금해졌다. 과연 회계에서는 이런 경우 자산화할 수 없다는 친구의 말이 맞는 걸까?

회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무형 자산으로 인정한다. 첫째, ‘식별 가능’해야 한다. 이는 해당 자산을 다른 자산과 분리해서 측정 및 인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철수의 핸드 드립 기술이 철수와 분리돼 판매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가령, 철수가 해당 기술의 별도 매뉴얼을 만들고 해당 매뉴얼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이 동일한 커피 맛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통제 가능성’이다. 기업이 해당 자산에 대해 제3자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철수가 핸드 드립을 특허로 등록하는 등의 수단을 통해 법적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 조건은 ‘미래 경제적 효익의 존재 여부’인데, 해당 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 유입이 증가하거나 미래 현금 유출이 감소할 수 있어야 한다.

철수의 핸드 드립은 카페에서 별도의 메뉴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조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특허 등록 등 별도의 절차가 추가로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상태에서 철수의 핸드 드립 기술은 무형 자산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다.

김범석 회계나무랩 연구소장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핸드 드립#커피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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