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칠용]통영의 12공방부터 알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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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칠용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이칠용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지난해 9월 문화재청은 2019년 올해의 무형문화도시로 통영시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통영시청에서 통영의 무형유산 활성화를 위해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업비 2억 원도 확보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지역 무형유산 협력 사업을 하겠다는 정책적 결정 사항이며 통영시는 무형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의구심이 든다. 그 예로 많은 사람들이 통영에서 홍보하는 ‘12공방’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12공방은 상하칠방 화원방 치장방 화자방 입자방 홀방 소목방 상자방 안자방 주석방 은방 선자방이다. 현재 통영시는 12공방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인터넷에 게시한 내용 중에는 ‘통제영 공방에 소속된 우수한 통영 장인들은 부채, 소반, 갓 등의 질 좋은 공예품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예품이 전국에 널리 알려지면서 통영은 공예명품 산지로, 명품의 상징으로 인식됐다’는 내용도 있다. 그 효과를 키우기 위해 통영시내에는 통영 12공방 전통공예품 전시판매장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나전칠기, 통영발, 통영갓, 두석, 소목 등의 5종목만 판매되고 있을 뿐 나머지 7종목은 흔적도 없다.

2009년 4월 디자인하우스는 통영시청, 통영시 향토역사관 등의 취재 협조를 받아 ‘명품명장 통영 12공방 이야기’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그 책에서도 나전장, 소목장, 전통비연(연), 두석장, 갓일, 염장, 소반장, 통영누비 등 8종목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통영시 도남로에서 운영 중인 통영 전통공예관 리플릿에는 ‘공예의 시작, 12공방’이란 제호 아래 선자방, 입자방, 총방, 상자방, 화원방, 소목방, 야장방, 주석방, 은방, 칠방, 동개방, 패부방, 주피방, 미선방 등 무려 15개 종목을 나열하고 있다.

통영시 무형문화유산자료관을 새롭게 만들어 무형유산의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식의 극히 형식적인 ‘홍보를 위한 행사’에 아까운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통영의 상징 12공방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지혜와 열정을 빌려 제대로 된 12공방 종목과 내용들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고, 기록하고, 홍보해야 한다.
 
이칠용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문화재청#무형문화도시#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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