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미디어센터, 색색옷 갈아입고 밝은 꿈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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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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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20일 사옥 외벽 세계적 미술가 뷔렌의 작품 설치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다니엘 뷔렌이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지은 파리 루이뷔통재단미술관에 13개의 색을 입혀 작업한 ‘빛의 관측소’(2016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의 ‘아이의 놀이처럼’(2014년), 그의 대표적 상설 설치작품인 파리 팔레 루아얄의 ‘두 개의 고원’(1986년), 지난해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작업을 구상 중인 뷔렌의 모습. DB-ADAGP Paris 제공·동아일보DB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다니엘 뷔렌이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지은 파리 루이뷔통재단미술관에 13개의 색을 입혀 작업한 ‘빛의 관측소’(2016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의 ‘아이의 놀이처럼’(2014년), 그의 대표적 상설 설치작품인 파리 팔레 루아얄의 ‘두 개의 고원’(1986년), 지난해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작업을 구상 중인 뷔렌의 모습. DB-ADAGP Paris 제공·동아일보DB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한,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81)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건물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각 층을 돌면서 동아일보와 채널A 방송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도 유심히 지켜봤다. 뷔렌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동아미디어센터가 빛을 받아 환하게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미디어센터 주변을 한참 동안 둘러보았다. 인 시튀(In Situ·장소 특정적) 작업을 하는 거장의 손과 발은 분주했고,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20일부터 공식 선보이는 그의 야심작 ‘한국의 색(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이 태동한 순간이다.》

○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꿈을 담는 캔버스로

동아미디어센터 전경
동아미디어센터 전경
동아일보는 2000년 1월 1일 준공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최첨단 신정보 시스템과 ‘불편부당 시시비비’의 정신을 조화롭게 구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제2의 광화문 사옥’ 시대를 열었다.

동아미디어센터가 동아일보의 옛 광화문 사옥과 나란히 선 건 의미심장하다. 일민미술관과 신문박물관이 들어선 옛 광화문 사옥은 일제가 조선총독부를 짓자 ‘총독부를 감시해야 한다’고 했던 동아일보 창립자 인촌 김성수 선생의 선각에 따라 1926년 세워졌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새 밀레니엄이 시작된 날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동아미디어센터에 입주했다. 당시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에 전 층 외관이 유리로 지어진 대형 빌딩은 동아미디어센터가 처음이었다.

센터 건립을 주도한 고(故) 화정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세상을 향해 투명하고 맑은 창이 되겠다는 동아일보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새 천년에도 민족의 신문, 독자의 신문으로 헌신할 수 있는 우리의 터전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동아미디어센터에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2011년 ‘꿈을 담는 캔버스’를 표방하며 입주해 동아일보와 한 지붕 가족이 됐다.

다니엘 뷔렌의 작업으로 밝은 색감을 입은 동아미디어센터 내부 모습.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다니엘 뷔렌의 작업으로 밝은 색감을 입은 동아미디어센터 내부 모습.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미술관 밖 사회와 소통하는 뷔렌

‘한국의 색’은 뷔렌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형 설치작품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해외에서나 접했던 뷔렌의 대형 예술 작품을 한국의 역사적 장소인 서울 광화문, 그것도 언론사 건물을 통해 누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뷔렌은 1968년 5월 기존의 권위에 저항한 프랑스의 대규모 사회운동인 ‘68혁명’의 기수다. 그는 1967년 세 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추상회화 그룹 베엠페테(BMPT)를 결성하고 줄무늬와 점 등 기본 도형 요소를 무한 반복해 기존 회화의 틀을 깨부쉈다.

뷔렌의 대표적 상설 설치작품인 파리 팔레 루아얄의 ‘두 개의 고원’(1986년)은 발표 당시 “옛 궁전에 흑백의 줄무늬 원기둥이 웬 말이냐”라는 격한 논쟁을 일으켰으나 현재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뷔렌은 그해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을 맡아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는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아이의 놀이처럼’(2014년), 파리 루이뷔통재단미술관 ‘빛의 관측소’(2016년) 등 80대가 돼서도 왕성한 활동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팔레 루아얄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뷔렌은 “동아일보 100주년은 근사하고 기쁜 일”이라며 “유서 깊은 언론사의 대형 유리 건물과 창들에 즐거운 색감을 활용할 수 있는 작업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권위에 저항하며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 창조적 답을 찾는 뷔렌의 작업은 일제 치하와 군사 독재에 맞서 매 순간 진실을 보도하는 데 진력하고 창조적 미래를 꿈꿔온 동아일보의 정신과 닮아 있다.

‘한국의 색’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무채색의 서울 도심 한복판을 밝고 유쾌한 미래의 꿈을 나누는 공익적 장소로 변모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서울의 관광과 도시경관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건물이 예술작품으로 변모하면 관광객들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훨씬 수준 높고 아름다운 곳으로 인식하게 된다”며 “경복궁∼광화문∼청계천에 이르는 서울의 핵심 관광루트에 수준 높은 예술적 건축경관이 만들어지는 것은 대한민국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kimsunmi@donga.com·손가인 기자 / 파리=동정민 특파원
#동아일보#동아미디어센터#뷔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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